복권 수탁사업자 선정 두고 정부 상대 소송
이르면 내주 가처분 결과…정부 "법대로 대응"
오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복권의 발행과 운영 등을 맡을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수탁업체 간의 공방이 깊어지고 있다. 과징금 미보고·경력 허위기재 등을 사유로 사상 처음으로 복권 수탁사업자가 선정 이후 바뀐 가운데, 해당 업체가 기재부와 조달청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기재부 복권위원회·조달청에 따르면 정부는 행복복권의 복권 수탁사업자 지위유지 가처분신청 등 소송에 대해 법정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행복복권은 지난달 28일 복권위·조달청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보전 유지 및 제3자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번 공방은 지난 1월19일 제5기(2024~2028년) 복권 수탁사업자로 선정된 행복복권이 지난 2월23일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배제되면서 발생했다.
복권위는 행복복권 제안서의 사실관계가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실사과정에서 3억원의 과징금과 경력사항 조작을 발견했다. 조달청의 복권 수탁업체 평가기준을 보면 제안 업체의 도덕성·공공성 평가 항목에 '지분비율 5% 이상 구성원의 과징금 부과 수준'이 있다.
구체적으로 '지분비율 5% 이상인 구성원, 구성원의 대표자, 구성원의 최대주주 및 지배회사의 공고일 기준 최근 5년 이내의 정부로부터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등과 관련해 부과 받은 과징금 현황을 볼 때 제안 업체가 복권사업운영에 필요한 도덕성 등을 갖추고 있는가'를 따지고 있다.
복권 사업은 독점 사업형태로 설계돼 있지만 통상 이를 지원하는 업체는 10개 이상 기업의 연합체인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돼 있다. 행복복권의 지분을 5% 가지고 있는 '헥토파이낸셜'의 최대주주인 '헥토이노베이션'이 201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이 문제가 됐다.
조달청은 지원 과정에서 허위기재를 막기 위해 과징금 부과 사실이 없다고 확인하는 서약서를 받는다. 이에 따라 행복복권은 4대 분야 과징금 현황확인서를 내지 않고 서약서는 작성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재무제표 작성 기준 위반으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3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과징금은 담당임원의 해임 의결, 코스닥 시장에서 일정기간 거래정지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나머지 2개 컨소시엄의 경우 실사 결과 과징금 부과현황(기타분야 포함)을 사실대로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조달청은 관련 규정을 근거로 계약을 해지했다.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에 의하면 계약담당공무원은 제출된 서류가 부정 또는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진 경우 계약체결 이전인 경우 협상적격자에서 제외하거나 낙찰자 결정통보를 취소할 수 있다. 계약체결을 했더라도 해당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다만 허위 작성된 자료라도 예외 규정이 있다. 허위서류의 제출을 입찰자의 탓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유가 있거나 허위의 정도가 경미할 경우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이 행복복권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배제시켰다.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에서 평가점수 2위를 차지한 동행복권이 차기 수탁자가 됐다. 그러자 행복복권이 동행복권과 기재부 복권위에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행복복권의 배제조치에 앞서 동행복권도 복권위와 조달청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5기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적정수수료율 산정에 관한 용역 포함)기관과 그 기관의 종사자는 수탁사업자 및 공동수급체 참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제안업체는 해당 기관 및 종사자로부터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동행복권의 가처분 소송 취지는 행복복권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수탁업체 선정 여부에 따라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조달청의 요청으로 동행복권의 가처분 요구는 잠정중단됐다.
5기의 위탁사업기간은 2024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5년이다. 5년 예상 평균 판매금액은 7조8800억원으로 240개 구간별 수수료율을 정규분포 확률로 가중평균한 수수료율은 부가가치세 포함 1.1323%다. 수탁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수입은 연간 892억원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수입'이다. 수탁자가 복권의 발행,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연간 15억~20억원 가량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수탁사업자 선정에 입찰평가 지표에 '고용승계'가 새롭게 포함되면서 이 같은 업체들의 공방은 오로지 대표이사 포함 임원급들의 밥그릇 싸움이 됐다. 입찰 참여자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고용승계를 최대로 하겠다고 계획하면서 이번 5기 사업은 4기 사업에 참여한 대다수 고용이 승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행복복권을 배제할 경우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항목이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향후 법정 대응을 충실히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달청 관계자도 "업체에서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는 됐는데, 구체적인 자료는 소송 과정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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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