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위 변제안 공식화 발표에 "일본 사과가 우선"
"어째서 우리 기업이 내 피해 배상금을 마련한단 말이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는 대한민국 정부가 제3자 대위 변제안을 공식화한 6일 "정부의 대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할머니는 지난달 16일과 이달 1일 각각 상경해 피해자 중심 강제동원 해법 마련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모임과 3·1절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피해자 동의 없는 제3자 대위 변제안 추진 저지, 가해자 사죄·배상 원칙 아래 문제 해결이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의 대전제가 돼야 한다는 뜻에서 고령의 몸을 이끌고 강행군에 나섰다.
이같은 잇단 상경 행보를 통해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랐지만 이날 제3자 대위 변제안을 공식화한데 따라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정부가 옳은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며 "우리 기업이 마련한 돈은 진실된 사죄의 의미가 아니다. 곧 죽어도 그런 돈은 못 받는다"고 수차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서도 이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이 나서 변제를 추진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며 정부 대책이 피해자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내 마련된 배상금을 받지 않을 경우 정부가 취할 다음 행동을 우려하기도 했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배상금 수령을 거부할 경우 피고 기업과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해 '채권자 동의 없는 채권소멸'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피해자 쪽에서는 무효 소송에 나서는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설 수 있지만 이미 피해자들이 고령에 접어든 데 따라 이들이 숨질 경우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일본 기업의 진정한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변제 금액만 지급된 채 배상 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양 할머니는 "(정부가) 강제로 돈을 쥐어줄 심산이어도 피해자들을 돕는 단체와 연대해 막아낼 것"이라며 "살아있는 동안 그런 식으로 들어오는 돈은 결코 받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오면서 바라온 건 일본의 사죄 뿐이지만 지금 이 상태라면 요원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나이가) 아흔을 넘었지만 억울해서 편히 눈을 감을 수 없다. 정부는 옳은 판단으로 피해자들의 입장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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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