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전문가 "尹·기시다, '3자변제안' 유권자 설득 험로"

"돈 문제 아냐…日사과 빠져 반발 불가피"

한국 정부가 6일 발표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3자 변제' 방식 제안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각자 자국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험난한 길에 직면할 수 있다고 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CNN에 따르면 리프 에릭 이즐리 국제관계학 교수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 (자국) 유권자들에게 이 거래를 팔아야 하는 험난한 길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즐리 교수는 "양국 정부는 야당과 지지 단체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이 합의의 이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로런 리처드슨 호주국립대 일본연구소장은 강제징용 문제는 "돈 문제가 아니다"면서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사과가 빠진 이번 합의는 피해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슨 소장은 일본 정부가 사과하지 않고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당신이 피해자이거나 후손이라면 가해자가 책임지길 원할 것"이라며 "그들(피해자)은 이번 합의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다"면서 "그들(피해자)은 이 합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어떤 의미에선 책임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정부 발표 후 윤 대통령을 겨냥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며 "잘못한 사람, 일본한테 받아야지, 동냥(한 것 같은 돈은) 안 받겠다"고 질타했다.

영국 BBC도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사과' 없이는 조율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만큼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과 소통하며 이견을 좁혀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성의 있는' 호응을 하기 위해 자국 여론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가나가와대학의 동아시아 정치·안보 분석가인 코리 월리스는 "지난 9개월 동안 윤 대통령이 일본을 '파트너'로서 훨씬 더 대담하게 포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은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가치와 북한에 대한 양자 적대 비용에 대한 인식을 조정하기 시작했다"면서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발전과 최근 유럽 사건(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려할 때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양국의 광범위한 우려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3자 변제'를 골자로 한 강제징용 해결안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설치하고 민간 기업의 자발적 출연을 받아 일본 기업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제3자 변제 형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이 배상안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는 '제2의 을사늑약', '제2의 경술국치', '외교사 최대 치욕', '굴종 외교'를 언급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법조계에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제3자 변제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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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