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진실화해위, 尹 임명 공백에 소위 운영 차질

지난달 위원 선출됐지만 대통령 임명 안해
관련법은 "대통령이 선출 즉시 임명해야"
위원 '9명 중 7명' 공석…사실상 개점휴업

국회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후임 위원들을 선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2주가 넘도록 임명 절차를 밟지 않아 진실화해위 업무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법에 따라 대통령은 후임 위원 선출 시 즉시 임명해야 한다.



12일 정치권 및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4일 진실화해위 위원 6명을 선출했지만, 이들에 대한 대통령 임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는 진실화해위 이재승 상임위원과 이상희, 이옥남, 임승철, 차기환, 최광준 비상임위원 등 6명의 임기가 지난달 18일 종료됨에 따라 후임 추천 및 선출 절차에 착수했다. 여기에 김광동 전 상임위원이 지난해 12월9일 위원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총 7명의 위원이 공석인 상태였다.

민주당 추천 인사 이상훈, 오동석, 이상희, 허상수 등 4명과 국민의힘 추천 인사 이옥남, 차기환 등 2명의 선출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다만 국민의힘 추천 위원인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의 선출안의 경우 재적 269명, 반대 147명으로 부결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위원 후임자가 선출되면 즉시 임명해야 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은 임기가 만료되거나 결원이 돼 국회에서 선출된 위원 후임자를 대통령이 '즉시'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출안이 가결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윤 대통령은 후임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다.


소위원회를 구성할 위원 임명이 지체되면서 진실화해위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현재 총 9명의 위원 중 김광동 위원장과 장영수 비상임위원 등 2명을 제외한 자리가 공석이다.

진실화해위는 두 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되는데, 위원 임명이 되지 않으면서 소위원회도 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두 개 소위원회는 진실규명 신청 접수된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활동과, 조사개시 및 진실규명 여부를 1차로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각각 수행한다.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되면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조사개시 또는 각하 등 결정이 내려진다. 또, 조사개시 내려진 사건은 다른 소위원회가 맡아 진행한 뒤 전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여부를 결정한다. 소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 조사개시도 진실규명도 할 수 없는 구조다.

선출된 이옥남 상임위원 내정자가 1소위원장, 이상훈 상임위원 내정자가 2소위원장의 역할을 맡고 나머지 위원들은 각 소위원회에 비상임위원으로 배정될 예정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은 선출 2주가 지나도록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임명장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조사 완료된 사건들이 의결되지 않고 쌓이다보니, 다음 건에 대한 조사도 잘 안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위원회 공석이 길어지면서 진실화해위 업무 자체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기준 전체위원회에 상정돼 처리돼야 할 사건은 1만3477건에 이른다.

보통 2주에 1회, 또는 1주에 1회 열리는 전체위원회가 활동기한인 내년 5월까지 매주 열린다고 가정해도 위원회 한 차례당 240건의 사건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2기 진실화해위는 한 번의 전체위원회당 평균 142건의 사건을 심의·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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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