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영빈관서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최대 규모로 육성"
"지방에 14개 첨단산단, 토지 규제 해제"
"중요한건 속도…국회, 법안 통과해달라"
최태원 "대·중소기업 상생에 노력하겠다"
정부가 국가첨단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수도권에 300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지방에 14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첨단산업 패권경쟁 심화로 메모리 반도체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고, 시스템반도체 선두 기업인 TSMC는 투자 규모를 더욱 확대해 격차를 벌리려는 상황인 만큼 첨단산업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국가산단 조성을 골자로 한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확정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2026년까지 계획 중인 반도체 등 첨단산업 6대 분야에 대한 총 55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입지, R&D, 인력, 세제 지원 등을 빈틈없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우선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규모의 신규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기존 메모리 반도체 제조단지, 150개 이상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판교 팹리스와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우주, 미래차, 수소 등 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방에 3300만㎡(약 1000만평)가 넘는 규모에 14개의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전(나노·반도체, 우주항공), 천안(미래모빌리티, 반도체), 청주(철도), 홍성(수소·미래차, 2차 전지 등), 광주(미래차 핵심부품), 고흥(우주발사체), 익산(푸드테크), 완주(수소저장·활용 제조업), 창원(방위, 원자력), 대구(미래자동차·로봇), 안동(바이오의약), 경주(소형모듈원전), 울진(원전 활용 수소), 강릉(천연물 바이오) 등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회의에서 국가첨단산업벨트 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창원은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부지가 너무 부족하다"며 "그린벨트까지 과감히 풀어서 부지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고, 기존 창원국가산단에 더해서 전후방 지원하는 기업들이 넉넉히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속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범정부 지원단을 꾸려 속도를 발목잡는 모든 요소를 해제하고, 그린벨트도 과감히 해제하고, 지자체 권한을 강화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기업 의견을 적극 번영하고 지자체의 주도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의 중요성과 경쟁의 치열함을 언급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은 핵심 성장엔진이자 안보·전략자산이고, 우리 일자리와 민생과도 직결돼 있다"고 했다. 또한 "첨단산업 발전은 전체 경제 성장과도 직결되지만 지역 균형발전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국가 첨단 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지역이 주도해 지역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최우선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토지 이용 규제를 풀고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속도다.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 첨단산업 설비 투자 세액공제 확대 법안(최대 25~35% 세액공제)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육성은 중장기 계획을 갖고 꾸준하게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쟁상황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재차 속도전을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완화와 정주여건 개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완화 관련해서는 "물과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것을 규제로도 할 수 있겠지만 환경 관련 기술개발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렇게 개발한 환경기술을 산업화하고, 시장도 조성하면 환경개선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산단에 일하는 사람이 좋은 여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공장토지이용 규제만 풀 것이 아니라 교육, 주택, 등 정주여건 개선에 필요한 방안도 함께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교육부에는 "반도체, 바이오, 디지털 등 수요가 많은 분야에 있어서는 기업과 학교만 매칭이 되면 얼마든지 계약학과도 만들고 학교 특성화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적극 풀고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 참석자들도 의견을 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순망치한의 관계"라면서 "중소기업이 없다면 대기업도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되는 만큼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대한상의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에 제약이 많은 만큼,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산업 특성에 맞는 정부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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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