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중 FTA 특혜관세로 韓 기업 3조 규모 절감 효과

절세 효과 집계 최초…"실제 시장 효과 더 클 것"
높아지는 미·중 비관세 장벽…FTA 정신 위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 FTA의 특혜관세를 통해 국내 기업이 그동안 약 3조원 가량의 관세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이 받은 절세 규모가 집계된 것은 처음으로, 실제 시장 효과를 감안하면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미국과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높이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재편하고 있어, FTA에 입각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가장 규모가 큰 한·미 FTA가 2012년 발효된 이후 한국 기업이 관세를 절감한 효과는 약 2조원에 달했다. 또 지난 2015년 발효돼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중국과의 FTA의 경우 특혜관세를 통해 약 1조원의 절세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국이 59개국과 FTA 협정을 맺는 동안 국내 기업이 FTA 특혜관세를 활용해 얼마나 절세 효과를 받았는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건 처음이다. 특혜관세 혜택 규모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기 위해선 관세 품목별로 일일이 집계하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FTA를 체결해왔지만 FTA로 인해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는 평가한 게 없다"며 "FTA를 통해 그동안 관세 장벽이 낮아진 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어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관세 절감액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관세 절감액보다 훨씬 큰 경제적 이익이 있었을 것"이라며 "특혜관세를 통해서 수출이 늘며 발생한 이익, 그 자체뿐만 아니라 생산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효과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비관세 장벽을 높이며 자국 기업을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통상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미국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한·미 FTA 규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왔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 교수는 "현재 WTO가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고 특히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독자적인 무역장벽을 쌓고 있기 때문에 FTA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간혹 미국 내 법을 통해서 FTA 정신과 위배될 수 있는 조치가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정부가 외교 통상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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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