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물가상승률, 작년 3월 이후 1년 만에 최저
석유류 14.2%↓…2년4개월만에 최대 하락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2% 오르며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모양새다.
작년 높은 물가에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여기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추가 인상,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의 원유 감산 등은 물가 상방 요인으로 꼽히면서 향후 불확실성을 키웠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상승폭은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5%대 물가를 이어가다가 2월(4.8%)부터 4%대로 상승폭이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7%. 3.8%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3.0% 올랐다.
농축수산물 중 농산물 가격은 4.7% 상승했다. 기상 악화에 난방비 원가 상승 요인이 더해져 채소류 가격이 13.8% 오르면서다.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10월(21.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등락 품목을 보면 쌀(-7.8%), 사과(-9.0%), 배(-23.1%), 배추(-12.3%), 감(-18.4%) 등은 하락했으나 양파(60.1%), 풋고추(46.2%), 파(29.0%), 오이(31.5%) 등의 가격이 올랐다.
축산물 가격은 대규모 할인행사 등으로 1년 전보다 1.5% 내려갔다. 돼지고기(2.4%) 가격은 소폭 올랐지만 국산쇠고기(-6.1%), 수입쇠고기(-7.0%) 등이 내려간 영향이다. 수산물 가격은 고등어(14.0%) 등의 가격 강세로 7.3%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2.9% 올랐다. 빵(10.8%), 스낵 과자(11.2%) 등 가공식품 물가는 9.1% 올랐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14.2%나 내려갔다. 이는 2020년 11월(-14.9%)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휘발유(-17.5%), 경유(-15.0%), 자동차용 LPG(-8.8%) 등 가격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면서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0.76%포인트(p) 끌어내렸다.
전기료(29.5%), 도시가스(36.2%), 지역 난방비(34.0%)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8.4% 오르며 전월(28.4%)에 이어 2020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전월보다 1.2%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5.9%), 보육시설 이용료(-1.6%) 등은 내려갔지만 외래진료비(1.8%), 택시요금(7.2%) 등이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5.8% 상승했다. 생선회(7.2%) 등 외식 서비스가 7.4% 올랐으며 외식 외 서비스도 4.6% 상승했다.
집세는 전세(1.2%)와 월세(0.7%) 등이 모두 오르면서 9.9% 상승했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4.4%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올랐다. 지난해 10월(11.4%)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은 건 2021년 1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근원물가가 1월 높은 수준에 비해서는 조금 낮아졌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하락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4.0% 올랐다.
김 심의관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작년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것"이라며 "공공요금 인상 요인, 국제 원자재 가격, 서비스 부분 둔화 여부 등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국제에너지 가격 연동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정부는 닭고기, 가공용 감자와 같은 주요 식품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및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물가 안정 기조가 조기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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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