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20잔?…'주객전도' 충북지사 산불 중 술자리 논란

박진희 도의원 주장…충북도 "거짓 선동 법적 대응"
"물만 마셨다는 A보좌관 말 실수"…소모적 논쟁 자초

재난관리책임자인 김영환 충북지사가 인근 산불 현장을 외면한 것에 관한 여론의 뭇매가 계속되는 가운데 '폭탄주'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술을 마시지 않았고, 얼굴이 붉은 것은 외부 일정 때문에 그을린 것"이라는 김 지사 측 A보좌관의 어설픈 해명이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 논쟁을 야기하는 모양새다.



12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박진희(비례) 충북도의원은 "김 지사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명 폭탄주 20여잔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와 당일 자리를 함께했던 복수의 동석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한 그는 제천 산불 당일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술잔을 나누는 김 지사의 사진 여러 장을 추가 공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어 "마시지 않았다던 술은 어느새 한 잔이 됐고 한 잔이라던 술은 다시 '술판은 아니었다'라고 바뀌었다"면서 "이제 술판은 벌였지만 취하지는 않았다는 기괴한 해명이 나올 판"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도민들이 술 취한 얼굴과 햇볕에 탄 얼굴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그의 어리석음을 더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A보좌관은 김 지사가 인근 산불 현장에 가지 않은 경위를 확인하려는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술을 마시지 않고 물만 마셨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김 지사 측은 "자리를 뜰 때까지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했다"고 했다가 이날 "한두 잔"으로 다시 정정했다.

박 의원의 기자회견장에는 당일 간담회를 주관한 충주 민간단체 관계자와 해당 주점 관계자까지 나와 김 지사를 엄호했다. 민간단체와 주점 측은 "김 지사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했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CCTV를 공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으나 이내 "(간담회 당일)CCTV는 일주일이 지나 자동 삭제됐다"고 말을 바꿨다.

김 지사는 제천 봉황산 산불이 확산하던 지난달 30일 충주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충북도립 교향악단 연주회를 참관한 뒤 충주 시내 주점에서 열린 이 지역 민간 단체 초청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다.


이를 '산불 중 술자리'로 규정한 논란이 확산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는 "도민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술판을 벌였다는 말인가"라면서 지사직 사퇴 또는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 이후 SNS 활동을 중단했던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불이 났는데 본분을 망각하고 술판을 벌였다면 도지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명예회복을 위한 사법 대응을 고민하겠다"고 썼다.

도 윤홍창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야당 도의원이 (김 지사를)화재 현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술판에나 가는 무뢰한 수준으로 격하시켰다"면서 "지사와 도민의 명예 회복을 위해 사법적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날 지사의 판단이 신중하지 못했던 점 깊이 반성하고, 이 일을 반면교사 삼아 도정에 더 매진하는 충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대도민 사과를 전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대변인은 "지사와 대변인의 생각이 같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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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