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표 중 찬성 177·반대 112·무효 1표
민주 단독 상정…의결조건 못 미쳐 부결
與 "일방적 강행" 野 "尹이 국민 속여"
재투표 과정에서 여야 고성 주고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표결을 강행했다. 그러나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총 290표 중 찬성 177·반대 112·무효 1표로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헌법 제53조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전체 의석수의 절반을 넘는 민주당(169석)이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으나, 이에 반발하는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재확인한 민주당은 개정안 처리 순서를 앞당기는 내용의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먼저 표결에 부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여론전을 위한 정략적인 의도로 재의결을 추진한다며 부결 방침을 정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집권 여당일 때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한 정부의 쌀 의무 매입을 야당이 되자마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쌀을 의무 매입하게 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야당 측은 이미 결론을 내서 소수 여당에 이를 강요했고, 상임위원회 토론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재의 요구서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를 야당 의원들께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 중재안은 왜 거부했나'라고 항의함에 따라 장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면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대다수 국민과 농민들은 양곡관리법이 인기 영합주의라는 대통령 주장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며 "다시는 쌀값 폭락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쌀값 정상화법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할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자료를 왜곡해 시장격리의무제가 도입되면 나라 재정이 거덜 나는 양 국민을 속였다"며 "국무총리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대국민 담화문으로, 대통령 역시 허위 사실에 근거한 재의요구로 국민을 기만했다"고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농민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농업을 말살시키겠다는 반 농민 선언"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의결 후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상대 당 의원들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며 웃거나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의원들은 '이래서 국민들한테 국회가 욕을 먹는 거다. 자중하시라'라고 발언하는 등 소란을 빚었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전날과 이날 연달아 만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수요 대비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 시행 이후 벼 재배 면적이 증가할 경우 매입 의무화 요건이 충족돼도 매입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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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