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석유류 16.4%↓…35개월 만에 최대 하락
근원물가 4.6%↑물가상승률 3.7% 웃돌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7% 상승하며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가 올랐지만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농축산물,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요금 등 상승폭이 둔화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해 기저효과 등을 고려해 향후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 국제유가 인상, 환율 등이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불확실성이 상존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5%대 물가를 이어갔다. 이후 2월(4.8%)과 3월(4.2%)에 4%대로 상승폭이 둔화하더니 지난달 3%대까지 내려왔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3.4%, 4.0%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1.0% 상승에 그쳤다.
농축수산물 중 농산물 가격은 1.1% 상승했다. 이 중 채소류 물가가 7.1% 상승했다. 다만 전월보다는 7.5% 하락한 수준이다. 등락 품목을 보면 양파(51.7%), 고춧가루(6.4%), 파(16.0%), 풋고추(14.4%) 등은 올랐으나 쌀(-6.5%), 포도(-11.1%), 배(-21.7%), 배추(-10.3%) 등의 가격은 내려갔다.
축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1% 하락했다. 돼지고기(4.2%)와 닭고기(12.3%) 등은 올랐지만 국산 쇠고기(-6.7%), 수입 쇠고기(-6.6%), 달걀(-4.2%) 등이 내려간 영향이다. 수산물은 고등어(13.5%) 등이 오르면서 6.1%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2.0% 올랐다. 빵(11.3%), 스낵 과자(11.1%) 등 가공식품은 7.9% 올랐지만 석유류 가격이 16.4% 내려갔다. 석유류 가격은 2020년 5월(18.7%) 하락한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휘발유 -17.0%, 경유 -19.2%,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15.2% 등으로 모두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석유류 가격은 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22.5%), 도시가스(32.5%), 지역 난방비(30.9%) 등이 모두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는 전월 동월 대비 23.7% 상승했다. 전월 상승폭(28.4%)보다는 둔화됐다. 지난해 4월 전기·가스요금이 일부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오름폭이 축소된 셈이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1.0%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6.2%)과 국제항공료(-4.9%) 등은 내렸지만 외래진료비(1.8%), 택시요금(6.9%) 등이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6.1% 올랐다. 햄버거(17.1%) 등 외식 물가가 7.6% 오른 데 이어 보험서비스료(17.6%), 공동주택관리비(5.3%) 등 외식 외 서비스 물가도 5.0% 오르면서다. 이는 2003년 11월(5.0%) 이후 19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인건비, 재료비 상승이 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집세는 전세(0.9%)와 월세(0.7%)가 모두 오르면서 0.8% 상승했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7%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6%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13개월 연속 4%대를 웃돌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4.0%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총지수 측면에서 하락폭이 커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농산물, 석유류, 식료품, 에너지 같은 계절적 요인과 일시적 충격에 의해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는 아직 하락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물가가 많이 올랐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와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환율 등 여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4월 소비자물가동향과 관련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세계적 고물가 속에서 낮은 물가 정점을 기록했으며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대 이하의 물가를 기록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 스페인(3.1%), 일본(3.2%), 룩셈부르크(2.9%), 스위스(2.7%) 등에 불과하다.
기재부는 "국제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등 향후 물가 불안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는 경계감을 잃지 않고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겠다"며 "주요 식품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및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물가 안정 기조가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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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