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제1형사부 항소 기각
1심 형량 징역 1년6월·집유 3년
11개월간 인명 피해 사건 조작
자기 업무를 편하게 하려고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 10여건을 조작, 물적 피해로 둔갑시켜 종결한 경찰관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유지됐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오창훈)는 최근 공전자기록등위작,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장 A(30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형량인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인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 사건을 물적 피해 만 발생한 것으로 처리했다"며 "범행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허위작성한 공문서도 14개인 데다 그 중 3건은 정식으로 수사가 이뤄져야 했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공무원으로서 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중하고 죄질도 불량하다. 공전자기록등위작죄,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죄의 경우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규정된 중대 범죄"라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12일부터 2021년 3월28일까지 서귀포경찰서에서 교통사고 관련 조사 업무를 하면서 14건의 인명 피해 교통사고를 단순 물적 피해만 있는 교통사고인 것처럼 속이는 등 허위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A씨의 범행 이유는 단지 '편리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명 피해 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고, 사고 원인 규명, 탑승자·동승자 파악, 현장 약도 등이 포함된 조서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인명 피해 사고는 수사기록을 심사받고 상사의 결재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하지만 단순 물적 피해 사건은 시스템에 전산 정보를 입력 후 상사의 결재만 받으면 종결할 수 있다.
A씨는 2020년 5월2일 오후 2시40분께 서귀포시 소재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치 3주가량의 부상을 입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나 단순히 물적 피해만 있는 것처럼 허위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는가 하면, 내부 시스템에 '인명 피해 없음'이라고 기록을 남기는 식으로 결재를 받아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부터 약 11개월에 걸쳐 A씨는 총 14건의 인명 피해 교통사고를 단순 물적 피해 사고로 둔갑시켰다. 이 중 3건은 가해 차량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정식 수사가 필요했던 사건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해 7월12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경찰 내부 감찰을 통해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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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