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쟁의행위 '노조-조합원 동일 책임' '회사 손해 추정' 안돼"

지난 2010년 11월, 25일간 현대차 공장 점거
현대차, 노동자 4명 상대 20억원 상당 손배소
1심 "반사회적 행위"…20억원 전액 배상 판결
2013년 울산공장 불법점거 5명 손배소 판결도
1심, 노동자 승소…2심, 현대차 일부 승소 판결
"쟁의 조업중단→손해 발생 '추정' 유지 안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핵심 내용과 유사한 쟁점을 다루는 현대자동차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노동조합원 개인에 대한 책임을 조합과 동일하게 판단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합원 책임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15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차가 노동자 A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이 현대차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2010년 11월15일부터 25일간 현대차 울산1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당시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대차는 울산 생산공장 무단 점거로 손해를 입었다며 노동자 29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는 현대차에 대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울산1공장을 점거해 생산라인을 중단시킨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를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라며 현대차가 요구한 20억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현대차는 정규직 전환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한 25명에 대해선 소송을 취하했다. 2심은 노동자의 위법한 쟁의행위 가담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그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사측의 일부 청구(20억 원)를 사실상 전부 인용했다.

2심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현대차에 2년 이상 파견돼 근무했다면, 원고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돼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쟁의행위는 그 방법과 형태에 있어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반사회성을 띠지 않아야 정당한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은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해 결정, 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는 노동조합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합해 실행된다는 점을 볼 때, 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귀속 주제가 된다"고 봤다.

즉, 쟁의행위는 조합에 의해 결정되고 개별 조합원들은 지시에 불응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대법원 3부는 이날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 B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4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도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B씨 등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3년 7월 사측을 향해 정규직 채용을 위한 교섭에 응하라며 울산 생산공장 일부를 불법으로 점거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불법파업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동자 5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위력 행사에 나아간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라며 노동자 5명이 총 2300여만원을 회사에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가 주장하는 조업중단 기간에 상응하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고 책임제한(50%)을 거쳐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 것이다.

2심은 생산량이 회복됐더라도 이는 손해 산정에 고려할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부족 생산량 만회 주장을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은 이날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의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쟁의행위 종료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춰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자동차와 같이 예약 방식으로 판매되거나 제조업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 생산이 다소 지연돼도 매출 감소로 직결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고, 현대화된 기업환경에서 제조업체는 생산 차질에 대응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생산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므로,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법원은 근로자에게 그러한 간접반증 사유에 대한 증명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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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