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교육부 연이은 수능 발언…'쉬운 수능' 해석 더 강해진다

尹, 수능 다섯 달 앞두고 '공정한 수능' 거론
"학교 수업·교과과정 밖 킬러문항은 불공정"

16일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한 수능' 지시는 '쉬운 수능'을 의미한 게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변별력 저하를 걱정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 가중되는 모습이다.

'교육과정 밖 수능 출제'를 사교육업체의 '이권 카르텔'이라 묘사하고, '킬러문항'이 문제라며 출제 기관에 대한 감사에 나설 뜻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올해 수능 '상위권 변별력'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교육부와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전날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언급'은 난이도에 대한 지침이 아니라, 공교육 밖 내용을 출제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불공정함을 지적한 것이라 거듭 밝혔다.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공교육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를 불공정 요소로 지적했다.

이를 두고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고 교육당국과 사교육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부터 대통령이 이와 같은 지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 모의평가에 대한 가채점 분석 결과,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감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입 업무를 맡고 있던 국장급 관료가 경질된 것을 두고 "하명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수능이 너무 어렵거나 쉬워서 논란이 됐던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려우면 교육과정을 어긴 킬러 문항들이 도마에 오르고 쉬우면 1등급이 너무 많아 상위권 변별력이 없다고 질타를 받는다.

평가원이 매년 6월과 9월 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직접 주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리 수험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대입 전형자료인 수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출제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셈이다.

그 해 수능을 볼 수험생들에게 올해 수능이 어느 정도로 나올 지 예측할 수 있고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참고 문제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시험으로 꼽힌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전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알려지자 '수능을 쉽게 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날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황급히 '난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선 점도 교육계에서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이날 재차 '변별력 유지'와 '교육과정 밖 킬러문항은 불공정하니 배제한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교육계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회원 수 300만 명 규모의 네이버 카페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수만휘)에는 '150일 남기고 뭐 이런', '물수능이 제일 최악인데', '대통령님 도움이 안 돼요'라는 등 우려 섞인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지역 고3 학부모 A(50대)씨는 "시험이 변별력을 갖추려면 어렵게 출제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며 "자녀도 국어 비문학을 지목한 것을 보고 올해 시험의 상위권 변별력을 걱정한다. 시점도 맞지 않는데, 누구를 위해 발표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통령이 메시지를 낼 때 '수능이 너무 어려워 사교육을 조장하니 좀 평이하게 내라' 정도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지금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한다며 변별력을 갖추려 하다 보니 킬러 문항이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킬러 문항은 교육과정 위반 논란도 제기돼 왔지만,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지엽적인 내용을 꼬아서 출제하느라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6월 모의평가 사전 점검 과정에서 "일부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수능 난이도를 낮추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출제위원과 숙의하겠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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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