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어디 없나요"…재개발·재건축 조합 '끙끙'

부동산 경기 침체·원자잿값 급등
건설사, 몸사리며 '선별수주' 선회
조합, 공사비 증액 등 자구책 마련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손실 위험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를 꺼릴 수밖에 없어요."



지난 20일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 질문에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데다,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신규 수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부동산 호황 시절에 맞춰 조건을 내세우다 보니 난감하다"며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수익성을 두고 차이가 워낙 심해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새 아파트를 지어줄 건설사(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원자잿값 급등이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이 일제히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써 사업을 수주해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수주를 포기하기는 등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공사 경쟁입찰 유찰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사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6곳이 창사 이후 정비사업 수주 최대 실적을 달성했을 정도로 치열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뛰어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치열한 경쟁은 결국 수사기관의 고소·고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레고랜드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경색을 시작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 원자재값 급등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선회했다. 치열한 수주 경쟁에선 '유동성 확보'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와 비슷한 수준의 시공 조건을 고집하는 조합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합이 공사비 올리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신규 수주액은 4조5242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7786억원) 대비 33.3%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공사를 구하기 위해 공사비를 증액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2차 입찰공고에서 공사비를 3.3㎡당 840만원으로 1차 입찰 시 보다 약 100만원 상향했다. 또 광진구 중곡아파트도 1회 유찰 이후 2차 입찰 시 공사비를 3.3㎡당 800만원으로 올렸다.

최근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도시정비사업장(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120곳 중 88%(105곳)는 업체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 계약으로 체결됐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조합이 늘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들도 건설사들이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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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