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진통 계속…'업종별 차등적용' 결론 또 못내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 D-9…양측 이견 여전
최초 제시안도 아직…위원장 "22일까지 내달라"
대리 표결 논의도 중지…재위촉 절차 들어간 듯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결론을 또 다시 내지 못하면서 심의 진통이 길어지고 있다.

최임위는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문제를 매듭지으려고 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산회했다.



여섯 차례의 회의에도 노사 간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으면서, 좀 더 논의 한 뒤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노사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사용자위원 간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이미 OECD 19개국은 연령, 업종, 지역에 따라 구분적용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최임위 심의자료에도 일부 업종의 구분적용 필요성은 나와 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단일임금 수준으로 설정해야 된다면, 그 수준은 임금 지불 능력이 가장 취약한 업종이나 기업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고, 그 경우 임금 지불 능력이 취약한 업종이나 기업에 대해서 별도의 수준을 설정해서 구분 적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고율로 인상할 경우 고용을 축소하겠다는 의견이 68%나 되고 통계상으로도 고용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낮은 최저임금 수준으로라도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 청년 알바생, 낮은 최저임금을 받아서라도 추가 소득을 창출해 가구 생계비 증가에 대처하고자 하는 비경제활동여성 구직자들의 고용기회가 감소해 양극화 해소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차등적용 논의 대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가 당장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용자위원들은 주장의 근거와 내용은 없이 한계기업의 지불 능력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도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다. (차등적용 주장은)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시키기 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도 "법정 심의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늘 회의부터는 본격적인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지금의 물가폭등과 경기침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소비 내수 활성화만이 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 국민의 소득이 증대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시간여에 걸친 비공개 회의에서도 양측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에 박준식 최임위원장이 지난 회의에서 요청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최초 제시안을 노사 모두 제출하지 않으면서, 29일까지인 법정 심의 기한을 또 다시 넘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후 이의제기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 심의를 마쳐야 한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 말미 노사 양측에 "임금수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다음 전원회의까지 반드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최임위는 구속된 위원에 대한 대리 표결을 인정하는 운영규칙 개정 논의를 중단했다.

현행 최임위 운영규칙은 특정 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 전체 최임위원 과반수가 출석한 상태라면 표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정당한 이유로 참작이 가능한 상황이 질병·부상으로 인한 입원과 개인 경조사 등이라는 점이다. 현재 근로자위원 중 1명인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시위를 벌이다 2일 구속돼, 규칙이 개정되지 않으면 노사 동수가 깨져 노동계가 주요 사안 표결에서 불리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근로자위원들은 노사 동수 구성을 위해 김 사무처장에 대한 대리 표결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당초 공익위원들은 13일 열린 4차 회의 당시 이 운영규칙을 개정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사용자위원들이 반대하면서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김 사무처장 후임으로 최임위에 참여할 근로자위원 위촉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는 오는 2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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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