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분쟁' 엘리엇 일부패소…"韓정부, 690억원만 배상"

엘리엇 청구액 7억7000만달러 중 7% 인용
론스타 분쟁 당시 인용율 4.6%보다 높아
연복리 이자 5%, 법률비용 372억 등도 명령
지급해야 하는 총 금액 1000억원 훌쩍 넘어
국제투자분쟁 판정문 분석 결과 공개 예정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투자자 국가 간 분쟁해결) 사건에서 중재재판부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게 5358만6931달러(이날 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 청구 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만 인용된 것이다.

지난해 8월에 선고된 론스타 사건의 경우 론스타의 청구액(46억8000만 달러) 중 4.6%가 인용됐다. 이후 정부는 론스타 사건의 배상원금을 정정해달라고 신청해 2억1601만8682달러(약 2782억원)로 감액했다. 엘리엇 사건의 청구금액 대비 배상원금 비율이 론스타 사건 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한편, 배상원금에 대한 연복리 이자는 2015년 7월16일부터 판정일까지 5%다. 또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우리 정부에게 법률비용 3457만479.87달러(약 44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우리 정부는 엘리엇에 법률비용 2890만3188.90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지급하도록 명했다.

이에 따라 배상금에 이자, 법률비용을 모두 합해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판정 내용을 분석해 향후 계획과 함께 설명자료 형태로 배포할 예정이다.

판정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국민연금공단이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외국인 투자자인 엘리엇에 대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중재판정부가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 중에는 소액 주주들의 손해와 정부의 국민연금공단 합병 찬성 개입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중재 신청을 했다.



제일모직은 2015년 9월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했다고 등기했다. 상호는 삼성물산을 사용했다.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주식합병비율은 1:0.35였다.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은 15만9294원, 구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은 5만5767원이었다.

엘리엇이 2015년 6월4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 측은 2015년 5월 합병을 공표했는데, 해외주주 등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2015년 8~9월 합병 회계처리 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1:0.35)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자 자회사인 바이오 계열사(로직스, 에피스) 가치를 부풀려 평가한 것으로 조사했다.

핵심은 우리나라 정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관여했는지였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5년 재직 중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다루게 하고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다.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측에 '합병이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하고,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했고, 조작된 합병시너지 수치로 찬성 의결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날 PCA의 판단도 이런 국내에서 이뤄진 수사,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11월 구성된 중재판정부는 서면심리와 구술심리 등을 거친 뒤 올해 3월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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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