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서울 정비사업지 시공자 조기 선정
여의도 한양·한남5구역·노량진1구역 등 '알짜'
상반기 수주부진 만회·핵심 사업지 경쟁 치열
올해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 구역 아파트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업계의 수주전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원자잿값 급등과 미분양 우려 등으로 출혈 경쟁 대신 선별 수주로 선회했던 상황에서 이달부터 시공사 선정 조기화에 따른 막대한 수주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구역은 이달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이전까지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야 시공자 선정이 가능했지만,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해 시기를 앞당겼다. 또 정비사업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는 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도록 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 추진 주민들이 시공사를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건설사들은 총회에서 시공사로 낙점받기 위한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여의도 1호 재건축' 한양아파트를 비롯해 강북 알짜 재개발 사업장으로 꼽히는 '한남 5구역'과 '4구역' 등 상징성을 지닌 정비사업지를 수주하면 서울 일대 남은 노른자 사업지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정비사업 예정 단지들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영등포 21곳, 용산구 6곳, 성북구 3곳 등 총 116곳이다. 또 조합설립인가 단계인 사업지는 등포 21곳, 용산구 19곳, 성북구 34곳 등 295곳이다. 이 중 하반기 대표적인 정비사업 수주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여의도와 한남5구역이다.
여의도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진행되는 사업지로 알짜 정비사업지로 꼽힌다.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7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KB부동산신탁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시행사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588가구 규모의 중소형 단지다. 지난 2017년 재건축사업을 시작했지만, 기존용적률이 252%로, 상한 용적률 300%를 적용하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초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 단지는 신통기획을 통해 향후 지상 최고 54층, 1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또 인근에는 시범과 삼부, 대표, 광장아파트 등 재건축 예정 단지 16곳이 밀집해 있다 보니 한양 아파트를 수주하면 향후 여의도 일대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양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한양 아파트 수주를 기원하는 출정식을 열고, 그 일대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내세워 수주전에 닻을 올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는 지역적 상징성과 희소성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 브랜드 홍보와 인지도 향상에 이상적인 곳"이라며 "1호 단지라는 상징성도 있고, 여의도 일대 향후 정비사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강북 알짜 재개발 사업장으로 꼽히는 한남5구역과 4구역도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도 연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아파트 45개 동, 2359가구 규모로 재개발될 한남5구역은 한강 조망권을 갖춘 입지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핵심 입지로 꼽히는 노량진1구역에는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신반포2차 재건축 수주전에는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건설사들이 상반기 부족한 정비사업 실적 만회를 위해 지역별 핵심 단지로 꼽히는 정비사업지에서 치열한 수주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리모델링 포함) 수주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 정비사업지 가운데 사업성이 보장된 알짜 단지가 많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과 원자잿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선별 수주 중이지만, 건설사별로 사업성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는 일부 알짜 사업지를 중심으로 치열한 수주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조합과 조합원들의 특성과 요구 조건을 잘 파악하고, 최상의 수주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시평 상위 10개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금액은 상반기 7조996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0조520억원)보다 60.1%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 수주 실적이 없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6곳이 1조원 이상 수주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10개의 사업지를 확보하며 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 실적을 올렸고, GS건설이 3조원 이상 수주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이 2조원 이상, 포스코이앤씨·대우건설·DL이앤씨는 각각 1조원 이상을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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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