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음성 고압송전선로 노선안 결정 무산

입지선정위 표결…'가섭산 구간' 과반 득표 실패
"시공사, 입지선정위원에 골프 접대" 의혹 제기

충북 음성 천연가스(LNG) 발전소와 충주시 주덕읍 신충주 변전소를 연결할 고압 송전선로 건설 노선안 결정이 무산됐다.

음성 LNG발전소 고압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한 입지선정위원회 9차 회의가 12일 유네스코 무예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8차까지 회의에서 선정한 송전선로 경과후보지에 대한 현장답사에 이어 구간 선정 논의가 진행됐다.



입지선정위는 주덕읍 용원저수지 쪽으로 돌아오는 '어래산 구간', 음성읍 한벌리와 충주시 신니면 송암리와 문숭리로 이어지는 기존 154㎸ 선로를 따라 건설되는 '가섭산 구간', 신니면 군부대 옆으로 선회하는 방식인 '비산천 구간' 등 3개안(충주지역 기준) 후보경과지를 놓고 논의를 벌였다.

입지선정위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4시간여 동안 경과지 구간을 놓고 격론을 벌인 뒤 표결에 들어갔다.

18명의 위원들의 투표 결과 가섭산 구간 9표, 어래산 구간8표, 기권 1표가 나왔다.

그러나 규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필요하다는 입지선정위 내부 규정에 따라 2차 찬반 투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입지선정위는 추후 10차 회의를 열어 노선안을 다시 결정하기로 하고 해산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시공사 측이 입지선정위원들에게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박해수 충주시의회 의장과 신니면 주민대표들은 이날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주~음성 고압송전선로 시공사 세안이엔씨의 골프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장 등에 따르면, 세안이엔씨 임원 A씨는 지난 5월 중순 단양 지역 한 골프장에서 송전선로 경과 노선 결정권을 쥔 입지선정위원 3명과 골프를 했다.

박 의장은 "라운딩 비용은 세안이엔씨 측에서 카드로 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구체적인 자료도 제보를 통해 확보한 상태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 입지선정위원 C씨가 현재 세안이엔씨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세안이엔씨 관계자는 "접대 골프가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기공사와 관련한 사람들끼리 단순히 친목도모를 위한 라운딩으로, 송전선로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이해관계에 있는 업자와 노선안 결정권을 쥔 입지선정위원들이 골프회동을 한 부분에 대해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의장과 신니면 주민들은 박 의장은 "시공사 측이 골프접대를 했다면 그 위원회는 이미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생각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제기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입지선정위원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입지선정위는 결국 회의를 강행했고, 이에 반발한 주민 120여명은 회의가 열린 유네스코 무예센터 로비에 진을 쳤다.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경찰 100여명도 투입됐다.

이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대치상태를 이뤘으나 다행히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골프접대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입지선정위원 1명은 이날 회의 전 사퇴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음성군 음성읍 평곡리에 1122㎿급 LNG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154㎸ 규모의 1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은 괴산군 방면 기존 선로를 통해 송전하지만, 2026년부터 가동할 345㎸ 2호기는 주덕읍 화곡리 신충주변전소로 송전할 계획이어서 송전탑 신설이 불가피하다.

충주의 경우 고압 선로 경과 예상지는 주덕읍, 신니면, 대소원면 등 충주 3개면으로, 입지선정위는 3개 후보경과지를 놓고 논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마을별 이해관계, 동서발전, 한국전력과 견해차가 이어지면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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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