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혁신위에 힘 실어줘야"…일부 서명운동도
반대 "논리적 모순…혁신위 정무적 판단에 의구심"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이 망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사안을 대하는 찬반 진영의 온도 차이가 극심한 탓이다. 찬성파는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대파는 야당을 향한 검찰의 정치수사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민주당 일부 의원은 혁신위 1호 쇄신안인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및 가결 당론 채택'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판장을 돌렸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첫 제안을 20일이 넘도록 받아들이지 않자 이에 대한 불만이 당내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1차 서명에는 30여명의 의원이 참여했다고 한다.
서명에 동참한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가 1호 혁신안을 내놨는데 당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혁신위 활동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전날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안건 추인이 불발되면서 서명운동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당시 의총 자유토론에서는 비교적 팽팽한 구도로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고 한다.
강훈식 의원은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혁신위 1호 제안을 존중하고 또 충실한 논의로 받을 필요가 있다"며 토론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찬성 쪽에서는 주로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내년 총선은 확장성의 싸움"이라며 "국민 속으로 더 넓게, 더 깊게 들어가는 확장적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다운 윤리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파에는 설훈, 전해철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과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굳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또 현역 의원 20명이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자칫 검찰의 정치수사를 인정하게 되는 논리적 모순을 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나아가 혁신위의 정무적 판단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의총장에서 "혁신위가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정무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원 보강이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가 하자는 대로 다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혁신위는 의총 추인이 불발된 이후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혁신위 제안은 변함이 없고, 민주당이 혁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의총 등을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지만, 의견이 갈리는 만큼 추인에 이르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으로 이 문제를 채택하려면 전원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충분한 토론과 공감을 통해 흐름이 모아지면 설사 반대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당의 입장이 될 수 있고, 의원들의 총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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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