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549일 만에 전면 철거 '첫발'

붕괴 무관·안전 검증된 101동 최상층 2개 층부터 시범 해체
나머지 7개 동도 순차 착수…'지상층만 철거' 논란에 차질 우려

유례 없는 16개층 연쇄 붕괴 사고로 사상자 7명이 난 광주 현대산업개발(HDC)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8개 동 전면 철거·해체 공정이 첫발을 뗐다. 붕괴 사고 발생 549일 만이다.



14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1단지 101동 건물 옥상층에서는 구조물 시범 해체 작업이 펼쳐졌다.

HDC는 기상 여건 등 작업 안전도를 살핀 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압쇄기를 단 굴착기 1대를 101동 최상층에 올렸다.

굴착기는 아래층에 미리 확보한 작업 공간에서 팔에 달린 압쇄기로 주변 상판(슬래브), 벽체를 부쉈다. 안전 확보와 비산 먼지 발생 방지를 위해 최상층 주변에는 RCS갱폼이 설치됐다.

구획된 작업대에 선 작업자가 해체되는 구조물 잔해 주변에 물을 뿌려가며 먼지 발생을 최소화했다. 현장 작업자와 안전 관리자 등 20여 명은 주변에서 해체 공정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주변에 설치된 안전통제실에서는 작업 전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발생할 수 있는 변수 등에 촉각을 기울였다.

철거에는 '압쇄'와 '다이아몬드 와이어 쏘'(다이아몬드 소재 줄톱) 공법이 함께 활용된다. 압쇄 공법은 슬래브와 벽체 등 내부 주요 구조물 철거에 활용된다. 이후 다이아몬드 줄톱으로 외부·승강기 주변 벽체, 외부 기둥 등 두껍고 무거운 구조물을 순차적으로 잘라낸다.


HDC는 본격적인 8개 동 전면 철거에 앞서 101동 최상층부터 시범적으로 해체한다. 철거 공정에 적용키로 한 공법 안전성 등을 검증하고, 예기치 못한 변수 등에 대한 보완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번 시범 해체 작업은 101동 2개 층에 한해 진행되며, 1개 층 해체에만 2주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범 해체가 처음 펼쳐진 101동 건물은 신축 과정에서 가장 먼저 지어졌다. 현장에서 쓰이는 공법과 구조 계산상 척도가 되는 이른바 '선행동'이다.

101동 건물은 현재 붕괴 사고와 무관, 구조물이 온전히 남아있다. 해체 공법을 수행하는 데에도 안전성이 확보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름철 잇단 비·바람 등 기상 여건이 변수지만 시범 해체 공정 중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다른 동도 철거가 시작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다음달 중순부터는 203동, 103동 순으로 동별 철거가 들어간다. 무너진 201동 건물(39층 규모)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뒤늦게 철거될 전망이다.

해체 공사는 이르면 내년 5월 끝나며 오는 2027년 전후로 재건축 골조 공사가 본격화된다.


다만 지하주차장과 지상 1~3층 상가층 등 일부 구조물은 그대로 놔두고 지상 주거층만 철거키로 한 계획이 뒤늦게 알려지며 일정상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현재 입주예정자들은 '철거 계획 관련 협의 과정에서 정확한 철거 범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없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현존 모든 구조물을 모조리 철거해야 한다며 해체 계획, 시공 설계를 전면 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HDC는 "상가 층 철거 등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겠다. 이른 시일 내 검토해 다시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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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