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수도권 5배 넘어…악성 미분양도 쌓인다

정부 규제 완화 이후 청약 수요 서울·수도권에 집중
지방 악성 미분양 증가…부동산 시장·건설업 '침체'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이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에선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청약 미달이 속출하는 등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지방에서 미분양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대규모 분양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달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주택사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가 전월 대비 14.3p(포인트) 오른 97.5를 나타났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청약시장의 긍정적인 전망을 의미한다.

7월 조사에서 수도권은 전달보다 11.3p 올라 102.7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지역별로 서울이 전달 보다 10.3p 상승해 116.2를 기록했다. 지방광역시는 12.3p 오른 93.7, 기타 지방은 16.8p 상승한 98.3으로 집계됐다. 특히 ▲광주 120 ▲대전 114.3 ▲전남 108.3 ▲경남 108.3 ▲충남 107.7 ▲경기100.0 등이 100을 웃도는 지역이 많아졌다. 반면 세종은 전월(92.3)대비 15.4p 감소한 76.9로 집계됐다.

주산연은 이 같은 분양 전망지수 추세와 관련해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 더해 공급 물량 조절, 할인 분양 등 사업자의 자구책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이 개선됐고, 분양시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세종 등 미분양 우려가 큰 지역에서는 분양 추진에 소극적인 상황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에서는 분양 물량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청주와 창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에선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청약에 나선 경남 수에르떼 밀양은 45가구 모집에 1건도 접수되지 않아 경쟁률 0대 1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3월 경남에선 거제 한내 시온 숲속의 아침뷰가 46가구 모집에 1건이 접수됐다.

청약시장 양극화 심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청약 경쟁률은 18.8대 1로 집계됐다. 전월(9.0 대1)보다 개선됐다. 청약 미달률도 24.4%에서 23.5%로 0.9%p 하락하며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이 같은 회복세는 서울에 집중됐다. 지난달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82.2대 1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청약 최저 가점은 66점이었다. 청약 미달 가구 수를 전체 공급 가구 수로 나눈 청약 미달률도 0%였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청약 성적은 부진했다. 경기(42.8대 1)와 광주(11.2대 1), 부산(1.1대 1)을 제외한 모든 권역이 1대 1을 넘지 못했다. 청약 미달률도 경남이 100%에 가까웠고, 대구도 91.2%를 기록했다. 이어 제주 89.7%, 울산 84.0%, 인천 70.0%, 충남 64.3%, 부산 20.8%, 경기 4.2%, 광주 1.0% 등에 미분양 물량이 쌓였다.

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865가구로 전월(7만1365가구) 대비 3.5%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다가 지난 3월(7만2104가구) 11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뒤 ▲4월 7만1365가구 ▲5월 6만8865가구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그간 증가폭에 비하면 감소폭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악성 준공후 미분양은 8892가구로 오히려 전월(8716가구) 대비 2.0%(176가구)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준공 전 미분양으로 집계되던 몇몇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준공 후 미분양 수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만799가구로 전월(1만1609가구) 대비 7.0%(810가구) 감소했다. 서울은 1144가구로 전월(1058가구)보다 미분양 주택이 8.1% 더 올랐지만 인천(3071가구→2697가구)과 경기(7480가구→6958가구)에서 각각 12.2%, 7.0%씩 줄었다.

또 지방은 5만8066가구로 전월(5만9756가구) 대비 2.8%(1690가구) 줄었다. 부산(10.2%), 전북(2.9%) 등 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소폭 올랐지만 대전(-18.9%), 강원(-10.4%) 등 지역에서 큰 폭으로 미분양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과거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대구(1만3028가구→1만2733가구, -2.3%), 세종(156가구→114가구, -26.9%) 등도 감소세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청약 수요가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방 미분양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규 청약시장에선 분양가에 따른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고금리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분양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청약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지면서 합리적인 분양가와 입지 브랜드 등에 따라 분양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청약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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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