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이 생일이었는데"…오송 유가족들 망연자실

"부모 여의고 하나 남은 가족 잃었다" 오열
"자연재해 아닌 인재(人災)" 분통 터트리기도

"'우리 오빠가 설마 저 안에 있겠어' 했어요. 그런데 어제 아침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오빠를 발견했다고, 와서 확인 좀 해달라고…"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효성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모(49)씨는 오빠의 사고 소식을 들었던 순간을 전달하다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당연히 우리 오빠가 아닐테니 남편한테 '내가 왜 거길 가야 되냐'고 했어요. 그러다 확인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씨 남매는 20여년 전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줄곧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았다고 한다. 그는 "오빠가 늘 '내가 엄마 아빠 대신이니까 너 두고 어디 안 간다'라고 말했었는데 결국 먼저 갔다. 이 세상이 이렇게 지옥 같을 수가 없다"며 통곡했다.

지씨는 고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중간 중간 "오빠를 살려내라"고 울분을 토했고, 조문객들은 울음을 삼키며 함께 애도했다.

같은 날 오전, 충주시 하나노인병원에 빈소가 마련된 고(故) 조모(31)씨는 사고 이틀 전인 지난 13일이 생일이었다고 한다. 고인은 사고 당일 출근길 버스를 타고 지하차도를 건너던 중 들어차는 빗물에 참사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의 아버지는 "예의범절이 몸에 밴,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며 "이제 한창 꿈을 펼쳐야 할 내 아들이 이렇게 가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고인은 독서와 바둑을 좋아해 관련 동아리 활동도 하는 활발한 성격의 청년이었다고 한다.

한참 흐르는 눈물을 닦던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들한테 먼저 전화가 와서 '아버지 저를 잘 키워 줘서 고마워요. 아버지 사랑해요'라고 말했었다"고 했다.

빈소를 찾은 조씨의 한 지인은 "고인은 항상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인정이 많은 친구였다"며 "심지어 사고가 났을 때도 '분명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가장 마지막에 나왔을 사람'이라고 친구들끼리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는 제대로 된 통제와 조치 부재 등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았다.

지씨는 "강이 범람하고 둑이 터졌을 때 (당국이) 아무 것도 안 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제 오빠는 그 차가운 물속에서 하루 넘게 허우적거렸다"고 말했다. 조씨 아버지도 "애초 제방이 터질 당시 여러 위험 징후가 있었는데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당국의 문제가 크다"고 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께 발생한 집중호우로 미호천교 제방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하천수 6만여t이 인근 지하차도로 밀려들어 시내버스 등 차량 16대가 물에 잠긴 바 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9명이 구조됐지만 차량에 탑승했거나 탈출을 시도하다 변을 당한 13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초 경찰에 실종 신고된 인원은 12명이다. 이 가운데 11명은 사고 현장에서 수습했고, 구조대는 나머지 1명을 찾기 위해 막바지 수색 중이다.

충북경찰청은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수색작업이 끝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이는 등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