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모든 합의 이행되면 흑해곡물협정 복귀"

"서방, 협정 중단 책임 러에 전가…오만하고 뻔뻔"
"러 곡물·비료 수출-인도적 목표 요건 충족돼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흑해곡물협정에서 러시아 측에 보장하기로 한 모든 합의가 이행되면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에서 그간 러시아에 대한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협정 연장에 동의해 왔던 것은 "인내와 관용의 기적"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오만하고 뻔뻔하며, 약속과 공허한 말만 내뱉었다"면서 "그럼에도 협정 중단의 책임을 러시아에게 돌리면서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유엔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곡물 협정의 보증인 역할을 했던 유엔 사무국의 리더십은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이 당초 인도주의적 목적을 훼손하고 협정을 수익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협정의 당초 의도는 인도주의적 목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서방은 본질을 완전히 왜곡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은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을 지원하는 대신 이 협정을 정치적으로 협박하는데 사용했고, 글로벌 곡물시장의 다국적 기업과 수익자들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동시에 "이 협정은 러시아 농민들과 비료 생산 기업에 직접적인 손실을 끼쳤다"면서 "러시아 농민과 비료 생산자들이 입은 손실은 각각 12억 달러와 16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항구에서 봉쇄된 26만2000t 중 (아프리카로 간 것은) 말라위 2만t, 케냐 3만4000t 단 두 번에 불과하다"면서 식량 지원이 필요한 곳에 곡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세계 밀 시장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이고 우크라이나는 5% 미만"이라면서 "세계 식량 안보에 막대한 기여를 하는 것은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곡물만 세계의 굶주린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항변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합의가 이행되고 당초 인도주의적 목적이 충족되면 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합의된 모든 참가 조건이 충족될 경우 협정 복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재연결, 농기계 및 비료 생산을 위한 부품 및 예비 부품 공급 재개, 러시아 수출 화물선 보험 문제 해결, 식품·비료 생산·운송 기업의 해외 자산·계좌 동결 해제, 협정의 원래 인도주의적 목적 복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협정은 러·우 전쟁 개전 후 우크라이나의 해상 수출길이 막히자 글로벌 곡물가격 안정과 식량난 완화를 위해 지난해 7월22일 유엔, 튀르키예 중재로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러시아가 협정 연장을 거부하면서 1년 만에 중단됐다. 지난 1년 간 우크라이나 흑해 3개 항구를 통해 수출된 곡물은 3300만t에 달한다.

러시아는 협정 종료 후 3개 항구 중 하나인 오데사항을 포함,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등 식량난과 곡물가 급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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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