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에도…에너지·그외 모두 수입 감소
"플러스 요인 미흡" vs "쇼핑시즌 수출 기대"
지난 7월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불황형 흑자'란 지적이 나온다. 수출 증가가 아닌 여름철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수입이 감소한 끝에 나온 흑자란 점에서다.
이런 식이면 난방 사용량이 늘어나는 동절기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기대한 대로 오는 4분기(10~12월)에는 월별 기준 수출이 '플러스(+)'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 달러(2조823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행진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무역적자는 248억4000만 달러(약 31조7530억원)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수출은 1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년 대비 16.5% 감소한 503억3000만 달러(약 64조2966억원)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등의 단가가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수출이 하락했지만 무역흑자를 기록한 배경은 수입 감소에 있다. 지난달 수입은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전년 대비 25.4% 감소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불황형 흑자'라고 지적한다. 순수출이 늘어난 무역흑자는 맞지만, 수출이 증가한 성장 형태의 흑자가 아닌 수출 감소에도 수입은 더 크게 줄어든 데 기인한 흑자란 점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흑자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 영향이 컸다고 본다. 순수출이 났으니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수출이 감소세고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불황형 흑자"라고 진단했다.
이번 수입 감소는 에너지 부문과 그 외 부문 모두에서 나타났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유가 하락 등으로 원유(-46%)와 가스(-51%), 석탄(-46%) 등 3대 에너지 수입에서 47% 줄었다.
게다가 수입량 자체도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해 7월에는 원유를 9600만 배럴 수입했는데 전년 대비 23% 늘어난 수치"라며 "당시 에너지 위기로 대량 비축했던 시기다. 지난달에는 그에 대한 역기저효과로 수입 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입 감소가 에너지 때문이라고 설명하긴 어렵다. 계절을 타지 않는 그 외 부문을 따져도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철강제품, 반도체 장비 등 주요 품목과 그 외 부문 수출도 16.6% 줄어든 390억 달러(약 49조8771억원)를 기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 수출을 주도하던 반도체 등 산업들이 요즘 부진한 상황이지만 수입이 줄어들면서 무역흑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대변하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불황형 흑자를 벗어날 수 있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입에 의존한 지금의 무역흑자 구조에서 벗어나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면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입이 증가해 다시 적자로 전환될 소지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수입 감소는 하절기에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며 나타난 현상인 만큼 동절기가 되면 다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는다. 앞서 산업부는 오는 4분기(10~12월)께 월별 수치 기준 수출 증가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실장은 "불황형 흑자란 공식적 정의가 있지 않아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재 우리 경제는 개선되는 상황"이라며 "6월을 기점으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저점을 지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순수출이 1.3% 기여했다"며 "올해 4분기께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아직 뚜렷한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과 현재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공존한다.
김 전문연구원은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요인이 잘 안 보인다"며 "반도체의 경우 수요를 이끄는 것이 개인 소비가 제일 큰데 데이터센터도 결국 개인소비가 있어야 확장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사이클에 맞춰 회복기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수출 호조세를 보이는 자동차도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연말평가를 잘 받기 위해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올해 첫 코로나 엔데믹에 연말 추수감사절 쇼핑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주문이 늘어나면서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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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