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 사태 책임론 LH '전관예우' 악습 끊어내기 가능할까

전관예우 끊어내지 못해 부실사태 초래 비판 이어져
LH, 긴급회의를 열고 건설 카르텔 근절 방안 발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전관 없는 업체 가점제 등 내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그간 '엘피아(LH+마피아)' 지적에도 전관예우 악습을 끊어내지 못해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를 불렀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긴급하게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LH 이한준 사장은 2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서울지역본부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대국민 사과하고, 건설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 사장은 우선 "국민의 보금자리로서 가장 안전해야 할 LH 아파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한 뒤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이번에 건설안전을 제대로 확립 못 하고 설계·감리 등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전관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이 고개를 숙인 건 엘피아로 불리는 LH 출신들의 카르텔이 초유의 '철근 누락' 사태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과 관련해 설계·시공·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근본 원인은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LH를 향한 전관예우 문제가 터져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전관예우를 비롯한 LH의 허술한 내부 통제 문제가 지적됐고, 특히 지난 2021년 직원들의 땅 투기로 인한 이른바 'LH 사태' 때도 전관예우 문제가 드러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발주 15개 단지 역시 아파트들의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 고위직에 LH 출신들이 취업한 사례가 많은데 이들이 관리 부실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번에 부실이 확인된 LH 발주 15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곳의 감리 업체가 LH 전관 특혜 대상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관예우 문제가 공사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LH가 내부적으로 혁신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LH는 우선 이날 근절방안을 통해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카르텔 철폐 시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추진본부는 LH 발주 공사에서 설계, 심사, 계약, 시공, 자재, 감리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관예우, 이권개입, 담합, 부정·부패 행위 등을 근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LH 공사에서 부실 시공 사례가 한번 적발 되더라도 영원히 LH 발주 설계·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또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난 15곳 현장의 설계·시공·감리업체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하고, 전관 업체간 입찰담합 의혹이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아울러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에서 관리를 강화해 전관 여부를 파악하고 LH 전관이 없는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건설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전관예우 악습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LH가 수차례 혁신안을 내놨지만 바뀐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날 고개를 숙인 이한준 사장은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사고 건에서 오히려 떨어진 업체에 전관이 더 많았다"며 전관예우 지적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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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