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서현역 잇따른 칼부림 사건에 법안 주목
현행법에 '무차별' 정의 없어…실효성 지적도
당정, '가석방 없는 종신형' 최고형 도입 논의
서울 신림역에 이어 경기 서현역 인근에서 또다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회에서도 '묻지마 범죄' 관련 입법 추진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현행법상 '무차별 범죄행위' 자체가 명시되지 않아,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가중처벌 방안까지 새롭게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우리나라 법정 최고형이 사형이라는 점에서 가중처벌 법안 추진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무차별 범죄로 피해자가 상해·사망에 이른 경우, 일반 살인죄나 상해·폭행치사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묻지마 범죄'를 통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넣어 가중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사회에 대한 증오심·적개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살인·상해·폭행 등의 죄를 저질렀을 경우, 해당 죄에 정한 형의 2배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이밖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및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은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자를 치료 감호·명령 대상에 포함하고, 다중이용업소의 책무에 범죄예방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묻지마 범죄'를 별도로 규정해 가중처벌 하는 것이 현행법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사형으로 법정 최고형이 규정된 상황에서 처벌의 하한선을 높이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우리나라는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을 때 처벌하는 상한선이 높다"며 "살인의 최고형 자체가 사형이기 때문에 굳이 가중처벌 (규정을 둘)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차별적으로 여러 명을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사형까지 가능하다"며 "엄격하게 형을 집행하는 게 중요하지, 법을 새로 만들어서 하한선인 양형을 올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문위원들도 가중처벌 법안 관련 검토보고서에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무차별 범죄'를 규정한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범죄에 대한 처벌은 양형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며 "법률에 새로운 구성요건을 신설하는 것보다, 개별 불법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양형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당정도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형제가 사문화된 상황에서 사실상의 최고형 도입을 시사한 것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입안 및 검토의뢰서'를 법제실에 제출했다.
조 의원은 의뢰서에서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악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회적 분리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고,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살인과 상해치사, 폭행치사상 등 흉악범죄로 처벌된 자는 가석방 요건의 예외로 해 이들이 가석방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묻지마 범죄' 관련 논의를 두고 "결국 입법을 통해 그간 발생했던 '무차별 범죄'의 의미를 특정해 나가야 한다"며 "충동·모방 범죄로 불안하고 혼란한 사회 분위기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법안 논의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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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