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봉센터 관권선거 혐의…재판부 "송하진 위한 행동 알수 있어"

당원모집 및 송하진 업적 홍보…
송 전 지사 부인·전현직 공무원 14명 유죄

전북자원봉사센터 관권선거 의혹으로 법정에 선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부인 등 주범들에게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전현직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명시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공무원들이 송 전 지사를 위해 업적을 홍보하고 당선을 위해 당원을 조직적으로 모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지사의 부인 오경진씨에게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전 전북도 대도약정책보좌관(3급)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자격정지 2년과 집행유예 2년, 전직 도 비서실장(4급) 2명과 전 도 예산과장(4급)에는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또 전북자원봉사센터장(5급)에 벌금 200만원이, 나머지 전현직 공무원들에게도 벌금 50만~징역 4개월에 자격정지 4개월, 집행유예 1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모집한 입당원서가 취합되어 명단이 작성·관리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들은 송하진 전 도지사를 지지할 권리당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체계적으로 당원을 모집·관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조직적·체계적으로 권리당원을 대규모로 모집·관리하는 방법으로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당내경선운동을 함과 동시에 지방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운동을 한 것"이라며 "이 사건 범행은 현직 공무원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다수의 전·현직 공무원들이 가담하였는바, 그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힌 전 전북자원봉사센터장과 오 여사 및 전직 비서실장 등이 이번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봤다.

그간 오 여사 및 전직 비서실장 등은 '입당원서를 모집한 것은 사실이나 범행을 공모한 적이 없다'고 진술해왔다. 무엇보다 이들은 공모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타이핑을 치지 못해서', '부탁에 의해 했을뿐 송 전 지사를 위해 사용한 적이 없다', '당내 경선일정이 잡히지 않았던 상태여서 말로하는 선거운동에 해당된다', '도정 홍보를 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놨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송 전 지사 시절 맡은 직책 등을 근거로 송하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점, 이전의 지방선거 당시 후보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도 이 사건 방식의 명단 작성이 이뤄졌던 점, 당원모집에 관여한 전 전북자봉센터장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점, 민주당 당원 가입이 목적이라면 입당원서를 제출만하면 되는데 입당원서 명단을 따로 전달할 필요가 없던 점, 입수된 당원 명단에 추천인 기재를 했고 모집경로와 대부분 일치하는 점, 당원명단에 기재된 추천인들을 숨기기 위해 익명 및 차명으로 적어논 점, 컴퓨터 사용 능력 부족으로 작성했다고 하기에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당시 별도의 명단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도정홍보를 하려면 도청 공식 블로그와 SNS를 사용하면되는데 별도의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홍보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모두 송하진의 선거에 사용하기 위해 이들이 공모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송하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이들의 지위를 보면 송하진을 지지한다고 충분히 판단할수 있다"면서 "피고인들은 경로를 통해 모집된 당원 명단을 체계적으로 작성했고, 모집된 당원이 송하진을 위해 사용될 것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원 모집 당시 경선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당내경선은 선거일로부터 2~3개월 전 통상적으로 실시되고, 지방선거의 경우도 세부세칙을 고려하면 지난 2021년 8월 말, 적어도 9월까지 가입해야 지방선거 당내 경선해서 투표할 수 있는 자격 갖추는 점은 쉽게 예상가능하다"면서 "송하진의 출마가 예상되는 취지의 기사가 보고된 7월께부터 8월까지 집중적으로 당원을 모집해서 민주당에 접수해 권리당원 자격 기준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피고인들이 송하진을 명시하거나 밝히지 않더라도 경력만 보면 송하진과 밀접한 관계로, 송하진을 지지하는 사실이 쉽게 드러난다"면서 "특정 경선절차를 염두해두고 송하진이 추천될 것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한 행위들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당원을 모집하고 전라북도 자원봉사센터에 입당원서 사본과 권리당원 명부 등을 관리하며 당내 경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기관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송 전 지사의 업적을 홍보한 뒤 권리당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이 같은 범행을 위해 가족·친인척 등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모인 입당원서 사본들은 전북자원봉사센터로 옮겨져 '권리당원'으로 관리됐다.

당원명부는 엑셀파일로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부에 적힌 이들은 전주 외에도 도내 14개 시·군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전북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했다. 확보된 입당원서 사본 3000장과 권리당원으로 관리되고 있는 파일에 명단은 1만여명에 달했다.

경찰은 당초 2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수사대상이 너무 늘어나자 1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한 이들로 기준을 정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30명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14명만 기소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