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원고 피폭량 자연방사선량 보다 낮아"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 "즉각 상고할 것"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살다가 갑상선암을 앓게 된 주민들이 제기한 단체소송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대법원에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김주호)는 갑상선암 피해자 등 2800여 명이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과 핵발전소의 방사선 배출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전 인근 주민들의 피폭선량은 일반인에 대한 선량한도(연간 1mSv)보다 훨씬 낮으며, 원자력발전소 부지의 제한구역 경계에서의 연간 유효선량도 0.25mSv보다도 낮은 수치"라면서 "원고 등의 피폭선량은 인간이 땅이나 우주, 음식물 등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선 피폭선량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갑상선암은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연령, 식생활 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어서 방사선 노출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도 얼마든지 발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은 독자적 견해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주장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춰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 선고되자 법정에 있던 주민들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갑상선암에 걸린 공동소송 원고는 고리, 영광, 월성, 울진 등 한수원이 운영하는 핵발전소 인근(반경 10~30㎞)에 평균 19.4년을 거주하면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환자(618명)와 그 가족들이다.
원고 측은 갑상선 피폭량이 공법상 규제 기준 미만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전 인근에서 24시간 거주하며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 피폭량과 갑상선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도 한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결 이후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는 정부가 추진한 역학조사 결과도 외면했다"며 대법원에 곧바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지원단은 "재판부와 피고(한수원)는 주민들이 핵발전으로 인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며 "유의미한 역학조사 결과마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원고들이 느낄 절망감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서울대가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 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 핵발전소 주변 지역(5㎞ 이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 위험도는 원거리에 비해 2.5배 높게 나타났고, 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고 덧붙였다.
시민지원단은 "이번 항소심 판결은 핵발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 온 지역주민들에게 '고통을 감내하라. 계속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와 정부는 핵발전소가 인공적으로 배출하는 방사선으로 인해 주민들이 입는 건강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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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