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국민참여재판 배제로 기우나?…재판부 '난색'

서울중앙지법·수원지법 등 국가보안법 위반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 잇따라
많은 증거기록 등 배심원 이해에 어려움…변호인단 배제나면 '항고'의지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전국 법원에서 잇따라 배제결정이 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전주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전주지법 13재판부(부장판사 이용희) 심리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북민중행동 하연호(70) 공동상임대표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2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하 대표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한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2차 의견공유가 진행됐다.

일단 검찰은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을 반대했다.

검찰은 "증인신문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이 사건 증거기록이 방대하고 (배심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점, 이사건 범죄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적 개념 편의제공 개념에 대해서 이해가 필요한 점, 법적 개념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필요해 신중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점, 수사 기법 유출 방지가 우려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국민참여재판은 적절치 않다"며 "최근 서울·제주 등에서도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이 난 것을 참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실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창원 간첩단 의혹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했고, 최근 대법원에서 배제 결정이 옳다는 결정을 내렸다.

수원지법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전 간부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이 났다.

재판부도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많은 증거들을 배심원에게 짧은 시간 내에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러한 경우 검사의 범죄입증 기회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비췄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에 유죄를 입증할 기회는 줘야하는데 배심원들한테 과연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시간을 어떻게 줘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면서 "이런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할 수 있겠냐"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어 "1만 6500페이지가 넘는 증거기록을 참여재판을 진행하면서 판사들이 봐야하고 판단해야하는데, 참여재판을 하면 기록은 어떻게 보고 어떻게 선고해야 하냐"면서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 배심원들이 기록을 상세히 모르고 (재판을)하는 것이 무슨의미가 있겠냐"고도 덧붙였다.

하 대표 측 변호인 측은 다시 한번 국민참여재판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하 대표의 공동 변호인인 홍의진 변호사는 "(공소사실에 포함된)북한의 대남공작원과 편의제공 등 여부는 크게 다투지 않아서 쟁점이 되지 않는다"면서 "검찰이 제시하는 타 지역 법원에서의 배제결정 중 창원간첩단 사건은 증인을 60여명 채택해 불러야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 대표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배제결정이 날 경우 항고를 통해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도 받아볼 것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제 결정 후 항고가 결정되면 재판은 대법원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 중단된다.

재판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국민참여재판 진행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하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장사·장가계에서 회합하고, 회합 일정 조율과 국내 주요 정세 등 보고를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 기타 통신으로 북측과 연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가보안법 8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 방법으로 연락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 하 대표 자택·차량·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제주·경남 등에서 진보·통일 인사 7명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지난해 12월 28일 하 대표 사건을 전주지검에 송치했다. 검찰도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1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다음 2차공판준비기일은 8월 31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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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