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판례도 막지 못한 이학수 정읍시장 '당선무효형'

이 시장 재판과정 '이재명 판례' 꺼내
재판부 '검증절차 없어'…미필적 고의

깨지지 않을거 같았던 이재명 판례도 먹히지 않았다. 5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의 얘기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시장은 당선이 무효된다.

이밖에도 이 시장과 함께 기소된 선거캠프 관계자 2명에게도 벌금 500만원과 700만원의 벌금이 각각 선고됐다.

이 시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26일부터 31일까지 TV, 라디오 토론회,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자인 김민영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이 시장은 '김 후보가 구절초테마공원 인근의 임야와 밭 16만7081㎡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이 시장은 ‘허위사실공표’ 혐의의 최고무기로 불리는 일명 ‘이재명 판례’를 꺼내들었다.

이재명 판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무죄’를 선고받았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도13328)이다.

수단이나 방법을 불문하고 모든 경우를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하면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담고 있다.

최근 검찰과 법원으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 또는 ‘무죄’ 선고를 받은 최경식 남원시장과 우범기 전주시장, 최영일 순창군수, 정헌율 익산시장 등은 이러한 ‘이재명 판례’를 근거로 살아남았다.

이 시장 측은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당시 제보가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고, 설령 토론회에서의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판례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보도자료와 카드뉴스 배포에 대해서도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재명 판례’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 시장이 의혹을 제기하기 전 충분한 확인절차를 밟지 않는 등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이재명 판례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절차'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절차 후의 발언은 결과론적으로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재명 판례에 의해 '무죄'가 될 수 있지만, 확인작업 없는 의혹제기는 허위사실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의 '미필적 고의'가 적용된다. 반대로 검증절차 후 허위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의 발언은 '확정적 고의'로 인해 역시 이재명 판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 시장이 의혹을 제기한 상대 후보자의 부동산은 투기 목적으로 매입 한 것이 아닌 부모로부터 증여받았던 점, 의혹을 제기하기 전 충분한 검증절차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다른 후보자의 낙선을 위해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저해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함과 동시에 후보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결코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 “특히 피고인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 의혹은 후보자에 대한 선거인들이 인식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상당해 후보자에 대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철저한 확인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의혹을 제기해야 함에도 사실확인 없이 만연히 제보자의 제보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선거일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에 의혹을 라디오와 방송 토론회에서 제기했고, 이에 대해 상대후보가 반박했음에도 추가적인 객관적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서 “선거일이 매우 임박한 시점에 이러한 의혹을 받은 보도자료와 카드뉴스를 배포해 유권자들의 의사결정이나 판단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됐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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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