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자 여당 의원들이 발언 취소하라며 고성을 지르며 반발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제발 좀 경청하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근래에 국무위원들의 국회 답변 과정에서 과도한 언사가 오고 가는 예가 발생하는 등 적절하지 않은 답변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장은 "모든 국회의원은 개인으로 질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 질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는 국회에서 답변할 때, 모든 국회의원은 적어도 20만에서 30만 유권자로부터 선출된 국민의 대표인만큼 언제나 국민에게 답변한다는 자세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답변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의원들께서도 질의할 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주고, 동료 의원이 질의할 때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국무위원의 답변이나 동료 의원 질의에 설사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평가는 국민이 하는 만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각별히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의장의 모두발언이 무색하게,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질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 조사와 수사단장 관련 사안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자마자 회의장 곳곳에서 '발언을 취소하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고성은 여당 의원들 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까지 번졌고, 회의 진행이 순조롭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다.
김 의장은 설 의원 질의가 끝나자 "제가 모두발언에서도 말씀드렸다. 국회 본회의장은 의회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 아닌가"라며 "그러면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것을 국민들이 듣고 판단해야 되는데 여야 의원들이 방청석에서 하는 태도는 국민들이 발언하는 소리를 못 듣게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발 좀 경청해라.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이 이날 본회의에서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된 것은 국무위원 답변 태도 논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김 의장이 국무위원이었던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의장은 참여정부 교육부총리 시절 국무위원으로서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장이 같은 당(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질의를 주고 받으면서 편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었던 권철현 교육위원장이 회의를 끝내면서 김 의장에게 '의원을 보지 말고 그 뒤에 있는 20만~30만 국민을 보라'는 충고를 했다. 악의가 없더라도 국민이 선출한 것이기 때문에 태도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충고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으로서는 이 충고가, 간과했던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구체적 상황은 다르지만 국무위원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그때 기억을 떠올려 이날 모두발언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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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