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시정질문서 민주당과 공방
"법적 의무 있어야 법적 책임 지는 것"
"시 직원 수사 의뢰, 국조실 잘못 판단"
충북 청주시의회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오송참사 책임론을 놓고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청주시의 부실 대응을 꼬집었고, 국민의힘 소속 이 시장은 사고 발생 이후 처음으로 청주시의 대응 상황을 소상히 밝히며 면책론을 폈다.
더불어민주당 박승찬 의원은 7일 열린 81회 임시회 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이 시장은 오송참사가 발생한 7월15일 오전 6시30분과 10시30분 비상대책회의에서 컨트롤타워 구축을 지시했는데, 이를 통해 청주시 재난 총괄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의견이 있다"며 "청주시 컨트롤타워 책임자를 누구로 보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당일 새벽 2시15분 비상근무 3단계 발령 후 이 시장의 일정을 말해달라"며 "참사 책임이 공무원에게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시장의 구체적 책임 인식과 그에 따른 행동 계획이 있느냐"고 캐물었다.
답변에 나선 이범석 시장은 "폭우 당시 총괄부서인 안전정책과를 중심으로 인력 동원, 장비 운용 등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TF팀 구성을 지시했다"며 "이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행정력을 총동원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재난상황 총괄책임자로서 지시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으로서 비상 3단계 발령 후 재난 단톡방, 전화 등을 통해 미원면 달천 등 침수 우려지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했고, 선제적 주민대피를 지시했다"며 "오전 6시께 무심천 일원을 현장 점검한 뒤 오전 6시30분께 집중호우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7시20분부터 2시간가량 저지대 침수 피해가 심각했던 모충동 등 무심천 일원 현장대응에 집중했다"고 행적을 밝혔다.
또 "오전 10시30분께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추가 피해 예방과 신속 복구를 지시하고, 오전 11시20분부터 2시간 30분가량 모충동과 신봉동 등 호우피해 현장을 재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긴박한 상황에 총력을 기울인 직원들이 억울한 책임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재난 상황 시 소관 시설 대응과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관리청이다. 청주시 소관 시설에서는 한 건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앞서 청주에서는 지난 7월15일 오전 8시40분께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폭우로 붕괴하면서 인근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2019년 준공된 궁평2지하차도의 유지 관리와 통행 제한 권한은 충북도에 있다.
다만, 국무조정실은 청주시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청주시 공무원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지하차도 관리청인 충북도 9명과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은 행정중심복합도시관리청 8명 등 30명의 명단도 함께 넘겨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한재학 의원은 청주시가 미호강 범람 위기를 알고도 충북도에 전파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한 의원은 "사고 직전 흥덕구청은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천교 심각 단계에 따른 지자체 매뉴얼 통제 요청을 받은 뒤 본청 하천과와 안전정책과에 전달했는데, 왜 본청 해당부서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 이를 전달하지 않았느냐"며 "시장이 참사 당시 곧바로 현장을 찾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추궁했다.
이 시장은 "재난 상황에는 기상특보에 따라 공항, 철도, 도로 등의 기반시설에 대해 관리청별로 상황을 관리하고 신속한 대응과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미호천교가 심각단계로 주민대피 등 매뉴얼에 따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는 금강홍수통제소 측의 전화는 홍수경보 발령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서 이런 기상 및 재난 통보는 충북도를 포함한 모든 관계기관에 동시 전달된다"고 답했다.
이어 "청주시는 금강홍수통제소의 전화 수신 이전부터 오송읍 일원 주민 대피를 시작했고, 재난문자와 재난 경보방송·재난관리정보시스템 입력·민방위경보발령 협의 등을 통해 오송읍 일원의 침수 우려지역과 주민대피 상황을 충북도를 포함한 관계기관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또 "오송참사 최초 보고는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당일 오전 9시40분 비서실장에게 받았다"며 "이미 현장으로 출발한 부시장과 흥덕구청장에게 현장 파악과 대응을 지시한 뒤 오후 1시50분께 다수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사실을 알고 무심천 현장에서 바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미호천교 공사 구간에 대한 청주시 차원의 현장 점검 여부에 대해선 "해당 구간은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미호천 제방 1.68㎞)을 발주한 금강유역환경청과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를 추진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점검 의무가 있다"며 "청주시는 장마 대비 때부터 집중호우 기간까지 미호강 인근 오송읍과 강내면 주민 안전을 위한 주민 대피, 시 소관 시설물 점검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오송참사의 법적 책임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시장은 왜 국무조정실의 수사 의뢰 대상에서 빠졌다고 생각하느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그건 국무조정실이 알 것"이라며 "청주시 직원들이 수사 의뢰된 것도 국조실이 잘못 판단한거라 생각한다"고 방어막을 쳤다.
이어 "(도의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법적 책임은 법적 의무가 있어야 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4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의 시청 농성에 대해선 "유가족만 계시면 언제든지 면담에 응할 것"이라며 "당시 유가족이 아닌 분들이 너무 많았다"고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을 에둘러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근 의원은 청주시의 상황 판단 미숙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청주시의 2023 풍수해 대비 재난상황대응계획을 보면, 시는 풍수해 대응 표준절차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강우 등 현황 점검, 피해현황 분석 및 전망, 대응방향 설정, 유관기관·방재단 등 협조요청 범위 결정, 도 지원요청 등을 해야 했다"며 "지난 폭우 때 청주시는 1단계에서만 상황판단회의를 했을 뿐, 정작 2단계와 3단계에서는 상황판단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판단회의 부재로 궁평2지하차도와 미호강 범람 위기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청주시와 충북도 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변대에 선 이 시장은 "7월11~17일 호우특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1일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기상 악화시 별도의 상황판단회의는 생략하고, 즉시 비상단계를 상향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시간과 속도가 생명인 비상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재난안전상황실 방재직 추가 채용, 조직 개편 검토, 재난대응 전문성 향상, 재난대응시스템 개선 매뉴얼 제작, 개인별 임무 구체화, 자율방재단 활성화, 재해지도 제작·배포 등 시의회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여 재난 예방 및 대응에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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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