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서는 계파 가리지 않고 '단식 중단' 요구
"당 차원에서 출구전략 고민할 시점" 견해도
비명 "진성성 이해되나 목표 확실치 않아 문제"
일주일 넘게 이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약 없는 단식이 이어지자 친명 내부에서도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강 상태가 계속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비명계는 물론이고 친명계에서도 단식 중단을 요구하지만 이 대표에겐 선뜻 결정을 내릴 명분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 대표의 단식 지속 의지는 더 강해 보인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계파를 가리지 않고 이 대표가 단식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이날로 단식 9일째를 맞는 이 대표의 건강이 문제다. 가까운 거리에서 단식을 지켜본 동료 의원들은 대부분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굳이 관계자들의 발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개된 자리에서의 이 대표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외형적으로도 단식 전과 비교해 살이 많이 빠져 초췌해 보인다.
이에 당대표실 내에서도 단식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아 빨리 단식을 중단해야 할 텐데, 더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며 "본인도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날이 더워 기력이 많이 쇠한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단식 선언 이후 당무와 국회 일정을 빠지지 않고 소화하는 중이다. 이날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도 주재할 예정이며, 나흘 연속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를 비롯해 지난 6일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참석해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그간 봐왔던 정치 지도자들과의 단식과는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대의명분이 약했던 데다가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단식이 맞물린 탓에 어쩔 수 없이 강행군을 선택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문제는 이를 그만둘 뚜렷한 출구전략이 없다는 거다. 앞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과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입장,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통상 야당 대표의 단식에는 정부·여당의 만류와 호응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롱만 이어질 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부산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단식에 관한 질의에 "지금 단식하고 있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당 차원에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여당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꿈쩍할 생각이 없으니 당에서 의견을 모아 전달해야 하지 않겠나"며 "개별적으로 중단하라 말아라 할 수는 없지 않나"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여당에서 '보여주기 쇼'를 했다고 나올 것이니 참 어렵다"며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대표 스스로가 결단해야 할 문제인데, 본인 의지가 강하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겠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비명계는 처음부터 단식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나아가 꾸준히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중이다.
이원욱 의원은 전날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자해적 투쟁 수단은 최후의 수단인데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최후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던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성이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목표가 뭔가.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니) 단식을 시작하자마자 언론에서 많은 혹평이 나왔다"며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이 그러면 변화할 것인가. 변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 지도부의 고민만 깊어지는 듯하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걱정이 되니 여기저기서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지도부에서 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본인 의지가 완강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단식 열흘째인 오는 9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6년 6월에도 11일째에 단식 농성을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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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