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명 규탄대회…오일뱅크측 “검, 무리한 기소” 발언 격앙
시 의회 등 “사과 아닌 변명… 진정성 전혀 안보여” 거센 비판
서산지역 시민들이 폐놀배출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현대오일뱅크페놀배출특별대책위원회를 주축으로 서산 등지에서 모인 13개 마을 800여명의 시민들은 12일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정문 앞에서 이 회사가 유해물질인 페놀 수백만t을 대기 중으로 불법 배출한 혐의를 받고 기소된 것과 관련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대오일뱅크 측은 시민들의 반발 속에 ‘사과문’을 내놓았으나 시민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이를 거부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현대오일뱅크 유필동 부사장은 규탄대회 현장에서 “검찰과 함께 공동 조사하자고 저희가 많이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공업용수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의 대기 배출은 없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사실관계를 규명해 지역사회 불안과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다할 것이며 공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안전 문제 해소를 위해 현재 집중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현대오일뱅크측이 반성하는 자세가 전혀 없다며 격한 반응을 드러냈다.
유 부사장의 발언도중 일부 시민들은 물병을 바닥으로 던지며 반발했고, 곳곳에서는 “사과해야지 변명하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다른 쪽에서는 “들을 필요 없다. 마이크 뺏어라”, “반성도 없는 사과가 사과냐” 등 큰 소리를 내며 비판했다. 서산시의회 환경오염대책특별위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현장을 나왔다.
한석화 환경오염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정성 있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폐수가 불법 배출된 것은 사실로, 환경부에서 과징금을 매긴 것”이라며 “이 정도 사과는 저희로서는 사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문수기 시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현대오일뱅크가 사과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 사과를 명분 삼아서 결국 지역 주민들에 대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나왔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모씨(79)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가 오늘 한다는 말이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 ‘검찰의 무리한 기소다’라는 막말을 듣고 있자니 화가 난다”며 “이런 것이 대기업의 사과 방식이고 이런 사과는 18만 서산시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현대오일뱅크는 30년 전 우리 삶의 터전인 농경지와 풍족한 어족 자원의 보고였던 바다를 매립, 화학공단을 조성했다”며 “그동안 회사는 성장했고 국세를 5조원까지 납부하는 공단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건강과 쾌적한 환경은 보장받지 못하면서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무관심과 책임회피로 기본적 권리가 박탈됐다”라며 “이번 기회에 내부 고발이든, 공익제보든, 기업의 민낯을 낱낱이 공개하고 검증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정부지방검찰청 환경범죄 합동전문수사팀은 최근 현대오일뱅크의 폐수 불법 배출 혐의로 법인과 전 대표이사 등 7명을 ‘물환경보전법위반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현대오일뱅크가 법적 페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오염 폐수의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공업용수 재이용’이라는 명목으로 자회사인 현대오씨아이 등으로 불법 배출하거나 현대오일뱅크 가스세정시설의 냉각수로 사용해 대기 중으로 불법 배출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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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