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法 "산재 아니다" 왜?

조리장으로 근무하던 중 뇌출혈로 사망
유족 측, 급여·장의비 부지급에 소송
1심 "업무 과중했단 사실 인정 부족"
"뇌출혈 위험…적절한 건강관리 안해"

직장에서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더라도 업무로 인한 과로 등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 8월22일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조리장으로 근무해 왔다. 그는 2020년 7월께 예식장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같은 해 11월 A씨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이 이듬해 4월 업무와 A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을 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 측은 "A씨가 근무 시간 중 고온의 주방과 냉동창고를 오가며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회사 측의 권유로 휴일에도 학원에 다니며 기능장 시험 준비를 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업무로 인한 과로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에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의 업무로 인한 과로 내지 스트레스와 뇌출혈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가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 내용과 비교해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과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방 내 온도와 외부온도 사이에 일정한 차이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고온에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시험 준비가 업무 일부로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만한 내용을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과거 건강검진 결과 등을 보면 '뇌출혈'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고, 흡연·음주 습관이 있는 등 A씨는 뇌출혈이 발병하기 전까지 적절한 건강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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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