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로 파견 부대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무단이탈 기록을 병역 기피 목적의 군무이탈이라고 판단, 병역 명문가로 선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A씨가 광주전남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병역 명문가 미선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광주전남병무청장은 A씨에게 한 병역 명문가 미선정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과 아버지, 할아버지 모두 육군 현역 복무를 성실히 마쳤다며 가문을 병역 명문가로 선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광주전남병무청은 지난해 11월 선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A씨 가문을 병역 명문가로 정하지 않았다.
병적기록표상 A씨의 할아버지가 1959년 7월 18일 공병교육대 파견 다음 날 탈영한 사실(7월 19일 탈영, 22일 자진 복귀)이 확인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A씨는 "이 사건 병역명문가 선정·표창 운영 규정은 군무이탈(기피 목적 이탈)과 무단이탈(허가 없이 일시 이탈, 지정 장소 미도달)을 명확히 구별, 군무이탈만 병역 명문가의 선정에서 제외하도록 정한다. 병적기록표 탈영 기재는 할아버지가 불가항력적인 사유(태풍 재해)로 파견받은 곳으로 지정된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한 무단이탈을 의미한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병역명문가 선정·표창 운영 규정은 2012년 병문청 훈령으로 일부 개정을 거쳐 2019년 3월 11일 군무이탈 사실이 있으면 병역명문가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개정(규정 신설)됐다. 병무청장은 지난해 3월 탈영과 군무이탈로 확인된 경우(기피 목적 검증)에만 명문가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각 지역병무청장에게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할아버지의 병적기록표는 군무이탈과 무단이탈을 명확히 구별하는 군형법이 제정되기 전에 작성됐고, 비법률 용어가 혼재돼 있다. A씨 할아버지가 부산 소속 부대에서 경남 김해 공병교육대로 파견 명령을 받은 당일에는 부산에 태풍 피해가 커 교통 상황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3일 만에 교육대에 스스로 도착했고, 병적기록표에는 자진 복귀로 쓰여 있다. 특히 탈영(배미)이라고 쓰여 있는데 배미는 파견된 곳으로 도착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또 "광주전남병무청 주장처럼 A씨 할아버지가 군무이탈에 해당하는 탈영을 했다면 상응하는 징계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확인할 자료가 없다. 오히려 A씨 할아버지는 자진 복귀 일주일 만에 병장으로 진급하고, 아무런 불이익 없이 만기 제대했다. 육군참모총장도 탈영 기간이 짧고 자진 귀대한 것으로 볼 때 추가 처벌과 조사 자료는 없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회신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병역 명문가란 1대 할아버지부터 2대 아버지·형제, 3대인 본인·형제·사촌형제까지 가문 모두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가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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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