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편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보조금을 부당수령했다고 단정해 환수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자체가 사업장 면적을 부풀려 보조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을 입증하지 않아 환수 사유가 없고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 의견 수렴 없이 처분을 내려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명백하다는 취지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A씨가 전남 영광군수를 상대로 낸 보조금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영광군과 투자 협약을 맺고 산업단지 입지 보조금(수도권 기업 이전 지원 투자 촉진) 10억 원과 설비 보조금 12억 55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영광군은 2021년 입지 보조금 부당 수령, 정산 오류에 따른 설비 보조금 오지급, 사업 이행 기간 중 투자사업장 고용 목포 미달성을 이유로 A씨에게 보조금을 환수하라고 통보했다.
A씨는 이 과정에 공무원을 속여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A씨는 영광군의 보조금 환수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A씨는 "영광군이 처분 전 통지·의견 청취를 하지 않았고, 환수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처분 당시 관련 형사재판 1심에서 A씨가 사업장 면적을 부풀려 입지 보조금을 편취한 것이 인정됐으나 항소를 통해 다투고 있었다. 이후 무죄가 확정된 만큼, 재판으로 보조금 환수 처분 전제가 되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 즉, 사전 통지·의견 청취가 불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영광군이 사전 통지와 의견 제출 기회 부여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광군은 A씨의 종전 사업장 부지를 실사했으나 면적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봤다. 군 담당 공무원은 부지 면적 산출을 소홀히 해놓고 A씨가 면적을 부풀렸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즉, 입지 보조금 환수 사유가 실체적으로 없고, 설비 보조금 환수도 법률 유보 원칙을 위반(고시 잘못 적용)했다. 사전 통지와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지 않아 절차상으로도 위법한 만큼, 영광군은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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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