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일시금 넘는 배상 받은 유족, 유족급여 청구 가능할까

유족 측 사측에 보상일시금 넘는 금액 받아
이후 보상연금 신청…공단 "이중혜택" 거부
"유족급여, 연금 원칙" 소송…法 "소멸 아냐"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이 사측과 합의를 통해 유족연금의 일부를 넘는 보상을 받았더라도 연금 수급권 전부가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최근 유족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8월29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8월 B사 소속으로 인천 서구의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의 배우자다.

배우자 사망 후 A씨와 자녀들은 회사와 손해배상금 관련 합의를 진했다. 여기에는 장의비를 제외하고 유족보상일시금 등 손해배상금 3억2500만원을 회사로부터 미리 받고 유족급여 청구권을 사측에 위임하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자가 업무 중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은 '유족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으로 나뉜다. 보상일시금이란 사망 당시 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수급권)이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 지급되는 보험급여다. 근로자 평균임금의 1300일분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으며, 요건은 다르지만 연금수급권자가 있는 경우에도 지급은 가능하다.

문제는 2019년 10월 A씨가 공단을 상대로 보상연금과 장의비를 청구하면서 불거졌다. 같은 해 12월 회사 역시 유족에게 선지급한 보상일시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 등이 회사로부터 받은 손해배상금이 보상일시금 환산액(2억5600여만원)을 상회해 보상연금 수급권이 소멸됐다고 봤다.

A씨와 사측간 합의에서 유족급여 수령권을 위임한 사실이 분명하고, 산재보험법 시행령상 보험가입자인 회사가 유족에게 보상일시금 이상의 보상을 이미 진행했다면 또다시 수급권을 인정하는 것은 이중혜택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공단은 A씨 측에는 합의금에서 제외된 장의비만을, 회사에는 앞서 지급된 보상일시금을 각각 지급했다.

A씨는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는 연금 지급이 원칙이고, 연금 수급권은 사인 간 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설령 회사로부터 보상일시금 이상의 배상을 받았더라도 연금을 받을 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족급여가 장해급여와 달리 연금과 일시금을 선택하도록 하지 않고 있고, 유족급여의 경우 연금 형태로의 지급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보상연금은 수급권자의 자격이 있는 한 총액 상한 없이 지급되는 것"이라며 "보상일시금은 유족 급여로서 최소한의 금액이고, 보상연금은 그 금액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상일시금은 평균 임금의 1300일분이지만 수급자격자 수에 따른 가산이 없다면 약 7.6년 동안 보상연금을 받게 되면 보상일시금 이상이 된다"며 "사업주로부터 보상일시금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연금 수급권 전부가 소멸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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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