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기도삽관 중 사망' 손배소…대법 "병원 과실 근거 부족"

1심 원고 패소…2심은 일부 승소 판결
대법 "폐 상태 악화 원인 됐을 가능성"

기도 내 삽관·흡인 과정에서 영아를 숨지게 한 조선대학교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2일 숨진 영아의 부모 및 가족이 조선대학교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기관 내 튜브가 발관(튜브를 빼내는 일) 등의 이유로 영아에게 적절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고, 여기에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원심 판단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원심 파기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기침증세를 보이던 영아 A양은 지난 2016년 1월7일 조선대학교병원에 입원했으며, 해당 병원 의료진은 '급성 세기관지염'으로 진단하고 약물 치료를 하기로 한 뒤 퇴원시켰다.

A양은 1월8일 오전 11시58분경 호흡곤란 및 청색증으로 해당 병원 응급실에 재차 내원했다. 병원 의료진은 A양의 양쪽 폐에서 수포음을 청진했고, 아데노바이러스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이후 병원 의료진은 A양에게 심장마사지와 기관삽관 등을 실시했다. 다만 A양은 안정 상태와 호흡불안 상태가 반복되다 1월11일 사망했다.

A양의 가족인 원고들은 폐쇄형 기관흡인으로 인해 A양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폐쇄형 기관흡인은 구강, 비강 및 기도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을 제거해 기도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분비물로 인한 감염이나 무기폐 등을 방지하기 위해 흡인 기구를 이용해 직접 가래를 흡인하는 행위다.

가족들은 A양이 사망하던 날 움직임이 양호했고, 산소포화도가 95%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기관흡인이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불필요하게 병원 의료진이 이를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폐쇄형 기관흡인 과정에서 과산소화 상태를 만들지 않은 점, 과도한 멸균생리식염수를 주입한 점, 성인용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으로 과도한 앰부배깅을 해 A양에게 기흉이 발생한 점, 앰부배깅 과정에서 기도에 삽관된 튜브를 건드려 해당 튜브가 기도에서 빠져나와 식도로 들어간 점 등이 의료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양의 엄마인 원고 C씨에게 2억7000만원, 아빠인 D씨에게 2억6000여만원, 언니인 E씨에게 500만원의 위자료 등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모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폐쇄형 기관흡인 설치는 적법한 과정이라고 봤다. 또 과산소화 상태를 만들지 않은 것, 멸균생리식염수를 과도하게 주입한 것, 성인용 앰부백을 쓴 것, 삽관된 튜브를 건드린 점 등에서 의료진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며 C씨에게 1억4000여만원, D씨에게 1억4000여만원, E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폐쇄형 기관흡인 전후로 삽관된 튜브를 빠지게 한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초 충분한 깊이의 기도삽관과 그 위치 표시를 잘 유지하지 못했다"며 "또 튜브를 빠지게 하거나 빠진 튜브를 제때 기도에 다시 삽관하지 못해 A양에게 적절한 산소공급을 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영아에 대한 기도삽관과 폐쇄형 기관흡인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기관흡인 당시 튜브의 발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으로 A양의 산소포화도 저하에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양의 폐 상태의 악화 등에 따른 기흉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양이 기관흡인 전 A양의 상태가 양호했다고 전제한 것은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며 "튜브의 재삽관이 지나치게 지연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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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