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보험금 지급판결…대법서 파기
노인장기요양등급 1급 판정으로 보험금 수령 조건이 충족됐더라도 사망으로 인해 보험계약 소멸 사유가 발생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보험사 A가 망인의 남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및 B씨가 A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반소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상고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망인은 지난 2014년 3월26일 장기간병요양진단비를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2017년 6월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노인장기요양등급판정 신청을 했다.
공단에서는 같은 달 8일 병원을 방문해 실사를 마쳤고, 그날 밤 망인은 사망했다. 하지만 공단은 21일 망인에 대한 장기요양등급 1등급을 판정했다. 이후 남편인 B씨는 A사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다만 보험사 A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망인의 사망으로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보험 약관에는 '보험대상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할 경우 계약은 소멸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등급판정이 망인의 사망 이후 이루어졌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계약 당시 망인은 직장암의 발병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보험계약을 했기 때문에 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 B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반소는 소송을 당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맞소송을 의미한다.
1심에서는 원고(보험사 A)가 피고 B씨에게 2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종판단 시점에 망인이 사망했다고 해도 망인의 건강상태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상태였다는 사실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요양을 필요로 할 정도임이 확인되면 족한 것이지, 그 등급판정일이 사망 이후라고 해 이를 달리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기에 의한 취소 부분도 "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이 사기에 의해 체결된 것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보험사 A의 항소를 기각했다. 보험사 A는 망인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입원 사실이나 직장의 종양 발견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추가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부분도 "망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자신의 입원 사실이나, 직장의 종양 발견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사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A사가 가지고 있는 보험계약 해지권은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보험사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의 내용이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법원이 이를 함부로 배척하거나, 보험약관 내용을 그 목적·취지와 달리 임의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정한 보험금 지급사유는 '보험대상자가 보험기간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으로 인정됐을 경우'"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대상자가 보험기간 중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급판정위원회에 의해 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대상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에 해당할 정도의 심신상태임이 확인됐더라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계약이 소멸했다면 보험기간 중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보험약관에는 보험금 지급사유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요구된다는 점이 문언상 명백하다"며 "등급판정위원회가 그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했더라도, 이는 사망자에 대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어서 법률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보험대상자의 사망 후에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 사건 보험약관이 정하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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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