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사칭 전방위 사기.....재벌3세에 영부인·방송PD까지

전청조, 사기 등 혐의로 체포돼 수사 중
재벌3세 사칭, 유명인과의 친분 과시
사칭 사기 후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익숙한 사람에 신뢰↑…속기 쉬워져"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27)씨가 사기 등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여성조선 인터뷰에서 깜짝 결혼 발표를 한 지 8일만에 가파르게 몰락한 셈이다.



재벌 3세 혼외자를 자처했던 전씨처럼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사칭하거나 친분을 과시하며 벌이는 사기 범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위 '셀럽'(유명인사)을 자칭하는 이에게 쉽게 신뢰를 주거나 현혹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10월31일) 사기·사기미수 등 혐의를 받는 전씨를 경기 김포시 친척 집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전씨는 강연 등을 통해 알게 된 이들에게 투자금 명목의 돈을 받아 가로채거나 투자금을 얻기 위해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피해자들에게 대출금을 빌릴 것을 권유하며 동업을 제안하거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투자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챘다는 등의 내용으로 고소·고발 당한 상황이다.

전씨는 이 과정에서 파라다이스 그룹 혼외자를 사칭하거나 유명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실제 전씨는 지난 7월께 한 창업 세미나에 강연자로 초청돼 파라다이스 호텔 후계자, 성공한 사업가 등으로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씨가 펜싱아카데미 학부모들에게 자신을 한 회사 대표라고 소개하며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등도 거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씨와 남씨의 최측근이라고 밝힌 A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교육 프로그램에) 오은영 박사를 붙여서 멘탈 코치까지 해서 (학부모들에게) 한 달에 '1인당 3억 원'을 받겠다고 했다"면서 "전씨가 이부진 사장과 대단히 친분이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한테 과시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기범들은 거짓말로 자신의 이력을 부풀리거나 유명인을 사칭·거론하는 식으로 자신들에 대한 신뢰를 높여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팝 아티스트인 낸시랭과 지난 2017년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혼한 왕진진(본명 전준주)씨도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 혼외자를 사칭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사기·횡령, 배우자 폭행 혐의로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시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는 40대 여성 김모씨에게 속아 4억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당시 윤 전 시장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받는 게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 김씨가 권 여사를 사칭하며 공천에 도움을 주겠다는 식으로 거짓말하자 이에 속은 것이었다.

또 지난 7월 서울 서초경찰서는 유명 프로게이머 출신 기욤 패트리(41)씨를 포함한 게임 업체 관계자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 업체는 패트리씨의 인지도 등을 활용해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 게임 사업을 홍보했으나, 출시하지 않아 피해자 60여명에게 수십억원대 피해를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칭 사기는 단순히 돈을 빼앗는 데만 국한되지 않고 성범죄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천지법 형사합의3부는 지난해 1월14일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50대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연예 기획사 관련 직원을 사칭하며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2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 2002년께부터 방송국 PD, 기자 등을 사칭하며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는 사기 범행을 여러 차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피해자들이 반박할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유명인 사칭 사기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인이 대화에 나오게 되면, 사람들의 불신감은 낮아지기 시작한다"라며 "특히 오은영 박사님이나 이부진 사장 등은 우리가 TV에서 자주 봤던 사람이라 이들을 사칭하면 더욱 신뢰감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기범들이 유명인을 사칭·거론하는 등 거짓말을 하고 이에 대한 조작된 증거를 제시하면, 피해자들은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사실상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수법에 대해 쉽게 현혹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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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