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친윤-중진 희생' 재차 압박…당사자들은 여전히 '침묵'

인요한 "우유 마실래, 매 맞고 마실래" 압박
여당 중진 의원들, 거취 압박에 선 그어
'이준석 신당' 가능성에 변수까지 등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연일 압박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친윤·중진 의원에 대한 험지 출마론과 함께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여권의 총선 구도가 정계 개편과 맞물려 복잡해지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진, 친윤 의원들이 '험지 출마론'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역구에 그냥 조용히 출마하겠다는 그런 말들이 나오는데 그런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재차 압박했다. 중진과 친윤들의 희생 없이는 인적쇄신과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게 인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런 희생이 있어야 중도층과 수도권 민심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권고 사항을 닦아서 다시 낼 수도 있고, 또 역행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며 "제가 누구 말을 듣고 후퇴하거나 그럴 사람도 아니고 한시적으로 여기 왔기 때문에 굉장히 자유스럽고 소신껏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지난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권고했지만,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이런 압박에 선을 긋고 있다. 혁신위가 공식 안건으로 제안한 것도 아닌 만큼 먼저 이에 대해 답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준석 신당이 창당할 경우 통합에 실패한 혁신위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좌초될 가능성도 있어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3선)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발언했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5선)은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고 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3선)은 지난 주말 '여원 산악회'의 기념식을 대규모로 개최하면서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버스 92대에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직접 밝혔는데, 이를 두고 혁신위 요구를 에둘러 거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 위원장이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라며 과격한 발언까지 내놓은 배경에도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가 중진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당에 정식 건의할 경우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신당'로 부상하면서 여당 내 혁신을 압박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준석 대표는 연일 신당 창당과 영남권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구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비만 고양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비롯한 여당 현역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까지 띄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신당 창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한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여권 일각에서는 지도부 등이 거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당 혁신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초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고려했던 인사들이 거취를 밝혀야 물꼬를 틀 수 있는데 이들이 머뭇거리면서 조각 맞추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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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