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현 조선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 인터뷰
"폭행 지도교수 피해자 1명 추가 확인 중"
"경력 피해 우려까지…학습된 무기력 팽배"
"비단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의국 내 폭행 사건은 반복될 것입니다."
주상현 조선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응급의료학과 3년차)은 병원에서 지도교수가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사실이 드러난 지 6일째 되는 26일 의국 내 폭력의 대물림을 우려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도교수와 전공의라는 갑을관계와 좁은 의사 사회에서 비롯된 전공의 문제는 공론화가 어렵다"며 제도 개선과 충분한 전공의 보호, 당사자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처벌을 촉구했다.
주 협의회장은 지난 20일 교내 전공의 A씨의 폭로 이후 전공의협의회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병원 내 폭력고충신고센터를 통해 전공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가 하면 이를 통한 구제 절차의 문제점을 짚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A씨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B 지도교수로부터 또 다른 피해자가 1명 더 있다는 내용을 파악,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B 교수가 식당에서 같은과 저년차 전공의에게 '한가하게 밥먹을 시간이 있느냐'며 나무라며 폭력을 휘둘렀다는 내용이다.
주 협의회장은 이로 말미암아 해당 교수를 거쳐간 전공의들 대부분이 비슷한 피해 사례를 겪은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소통이 없는 각 과 사정과 전공의가 처한 지도교수와의 갑을관계 등으로 인해 피해 내용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8월 선출된 주 협의회장은 A씨의 사례를 폭로를 통해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의국이 닫힌 사회처럼 운영되는 상황에 전공과를 넘나드는 속사정을 일일이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공의 차원의 공론화가 지도교수의 보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의국에 팽배하다.
지도교수의 재량 아래 수술·수련 배제 등 은밀한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고 의사고시 합격 이후 다른 병원에 취업하게 되더라도 좁은 의사 사회에서 관련 소문이 파다해져 제대로 된 처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공의 사회에서는 학습된 무력감마저 돌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피해 혹은 불이익을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주 협의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병원 내 제도 개선에 있다고 강조한다.
병원 내 폭력예방관리규정이 마련돼있지만 징계 등 최종 절차까지는 무려 13단계나 밟아야 한다.
내용도 '폭력 당사자에게 정중하게 중지를 요청한다' 등 수직적 조직문화가 퍼져있는 의국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신속·적절 처벌을 촉구했다. 폐쇄적인 의사 사회에서 기인된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는 있어선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주 협의회장은 "얼마전 전남·전북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도교수의 전공의 폭행 사건 등 폭력 사태는 비단 조선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폭력 문제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제도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징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폭력 사태를 어느정도 방지하고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복잡하고 긴 절차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 이 문제가 잠잠해져선 안된다. 의국 내 폭력의 대물림 문제 해결 방법은 합당한 처벌 등을 포괄하는 제도 개선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는 지난 8월부터 9월 사이 전공의 A씨를 향한 신경외과 소속 B교수의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다. 병원은 가·피해자를 분리하고 B교수를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측은 23일 김경종 병원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폭력 예방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할 것'이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병원장으로서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