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2023 글로벌 서베이 보고서 발표
83% '中 글로벌 공급망 완전 분리에 부정적'
국내외 석학들이 향후 5년 내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봉합이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4명 중 1명은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니어(NEAR) 재단은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23 NEAR 글로벌 서베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다자체제의 약화와 상충되는 체제·가치의 등장, 분쟁·갈등을 해소할 국제 리더십의 약화 등으로 국제 질서가 과거 냉전체제로 회귀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 속에 지난 1년간 국내외 석학 40여 명을 대상으로 서베이 응답과 데이터 기반 분석을 한 결과다.
주제는 ▲세계의 무질서와 대국 간 경쟁 ▲미중 간 새로운 경쟁 체제는 지속적이고 불가피 한 것일까? ▲경제안보 개념의 진화 ▲인도태평양 전략과 진화하는 안보 구조 ▲다자주의의 재건 등 5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향후 10년, 새 국제질서 형성 결정적 시기…경제 경쟁↑"
응답자들은 향후 10년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의 세계 정세는 냉전 이후의 시대와 구별돼 전례 없는 국제적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그 원인으로 '지정학적 균형 재편을 시도하는 중국의 공세적 부상'을 1순위로 꼽았다. 뒤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리더십의 상대적 쇠퇴'를 지목했다.
미래 국제체제 시나리오로는 '자유주의적 다극 세계(A liberal multipolar world)'를 예측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는 미중 간 경쟁이 자유 민주주의 중견국들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지지에 좌지우지되는 틀 내에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미중의 동시 쇠퇴와 유럽연합의 분열, 러시아의 복수주의적(Revanchist) 태도를 포함하는 '파편화된 다극 세계(A fragmented multipolar world)'와 미국이 계속 관여하는 약한 양극 세계인 '미국 우선주의'를 차례로 꼽았다.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는 미중 간 명확하고 두드러진 권력 분할이 있는 강한 양극 세계인 '신냉전의 귀환'이었다.
협력과 대립보다 '경쟁'이 강조되고, 경쟁 분야로는 군사와 정치보다 '경제'가 우선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간 대립각 '대만'…"신흥기술 협력 가능성 매우 낮아"
응답자 대부분은 '향후 5년 내 미중 간 갈등 봉합 또는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다만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없을 것이라 낙관한 응답자 비율이 55%로 비관적(25%)으로 보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낙관 응답 중 35%는 '실제 충돌 없이 장기간 갈등 지속'을 예상했고 20%는 '충돌 없이 향후 5~10년 내 갈등이 봉합돼 타협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비관적으로 답한 비율 중 10%는 '5년 내 군사적 충돌 임박'으로 예상했다. 15%는 '향후 5~10년 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연임이 겹치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중 간 최우선 도전으로는 '대만 문제'를 꼽았다.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큰 분야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공중보건 영역 순으로 지목했다. 무역 분야의 경우 어느 정도 협력의 가능성은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반대로 비확산 문제에 관해서는 응답자들 간 의견이 갈렸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신흥기술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니어재단 측은 "미중이 경쟁적 관계에도 전 세계적 중요 이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응답자의 83%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 분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경제 안보의 범위를 경제 및 무역 분야 전반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명히 갈렸다. 43%가 부정, 40%가 긍정 입장을 냈고 5%만인 중립적 견해를 나타냈다.
국가 안보와 경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국가 안보의 핵심 분야 식별 ▲해당 핵심 분야에서의 해외국 혹은 해외 시장에 대한 의존도 평가 ▲핵심 분야에서의 경제 관계 내 투명성·책임성 증진 ▲국가 안보에 대한 공급망 및 경제적 경쟁력에 대한 위험 분석 수행 ▲유사입장국(like–minded nations)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 등 5가지 핵심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지역 따라 억제체제 선호 달라…"중견국 중심 다자주의 재건"
응답자들의 억제 체제에 대한 선호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및 확장 억제'에 중점을 뒀는데, 이는 핵 위협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확립된 안보 파트너십의 역할을 반영했다는 게 니어재단 측 분석이다.
유럽 지역에서는 비확산에 가장 중점을 두며 합의 및 조약, 무기 통제, 대화 등 협력적 조치를 강조했다. 아시아와 대양주 지역에서는 확장 억제에 대한 선호도가 현저히 두드러졌다.
아시아식 안보기구 설립에 대한 방안으로는 36.5%가 신뢰 구축과 예방 외교에 중점을 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형식'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봤다.
반면 30.8%는 더 작고 집중적인 협력 체계인 한·미·일, 한·미·일·호주, 쿼드(Quad)와 같은 '소다자주의'를 선호했다. 17.3%는 한·일·호주·뉴질랜드 및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구조를 지지했고, 소수인 7.7%만이 현행 미중 양자 중심의 체제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응답했다.
니어재단 측은 "응답자들은 대체로 군비통제 협상이나 조치의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고 핵 확산과 기존 동맹의 약화를 막기 위해 핵 억지력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그 형식은 강대국들의 집단적 안보 보장보다는 양자 또는 소다자간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언급했다.
또 응답자의 33%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전략적 자주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반대로 31%는 긍정적, 29%는 조건부 현실적이라고 여겼다. 이는 중견국들의 전략적 자주성을 강대국 간 경쟁에서도 어느 정도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함을 시사한다.
응답자들은 중견 국가들이 전략적 자주성을 추구하기 위한 조건으로 ▲외교 기술 및 주요 강대국과의 긍정적 관계를 강조하는 '효과적인 외교'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의 다양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경제적 안정성'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지정학적 요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정학적 이해' ▲세계화의 현실을 인식하고 다자간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국제적 참여' 등 5가지를 들었다.
니어재단은 "'다자주의는 죽었다'라고 믿는 응답자는 거의 없어 다자 기구의 효용성이 확인된 동시에 다자주의와 다자 기구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더 이상의 국제 질서의 분열과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적 공생의 관리된 국제 질서'로 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이는 강대국과 중견국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3개 차원에서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은 신뢰 구축 조치와 '가드 레일'을 시작으로 새로운 잠정적 타협과 절충에 합의해야 하며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유사입장국들이 주요 강대국들에게 긍정적인 경쟁과 공생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데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니어재단은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대서양 헌장'의 초안을 작성해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토대를 닦았듯이 '인태 헌장'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를 실현한다면 이 지역과 이를 넘어선 세계에 새로운 질서 창설을 위한 대헌장이 될 수 있고 양자와 소다자주의 및 지역주의는 개혁된 글로벌 다자주의와 함께 갈 때 보다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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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