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진보4당 "병립형 회귀, 거대양당만 살겠다는 의도"

정치개혁공동행동·진보4당, 국회서 기자회견 열어
"선거제도는 오리무중, 의석수 계산기 소리만 들려"
민주당, 선거제 개편안 의총에서 답 못 내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4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진보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이 14일 국회를 찾아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 등을 촉구했다.



공동행동과 진보4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산에서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이 1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아직 선거가 어떤 선거구에서 어떤 방식으로 치뤄질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지난 수십년간 선거제 개편 과정에서 독과점의 인기 기조를 이끌었던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 또한 근본적 책임을 갖고 있다"며 "과반을 선거제 퇴행 명분으로 삼는 건 양당만 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에 대해 사실상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현재 입장을 고수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더 나은 선거제도의 변화 가능성을 이익과 바꾸려는 것은 퇴행이자 꼼수"라고 지적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국민의 뜻대로 비례대표제 개혁을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손을 대지 말라"며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치 않은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하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과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되면 당당하게 설명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잔꾀를 부리고 핑계를 대는 민주당은 이미 멋을 잃었다. 그런 야합과 배신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지역구 선거에서 그 이상의 의석을 잃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가장 기본적인 선거 제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들리는 소식은 오로지 의석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라며 거대양당을 질책했다.

윤 대표는 "지난 5월 민주당은 진보4당 대표 농성장에 찾아와 야당들과 논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 선거"라며 "병립형 퇴행은 촛불이 남긴 정치 개혁 성과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발언한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총장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국민의 구성과 닮은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선거제를 개혁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현재 여야는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나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병립형과 현행인 준연동형을 두고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방향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자유발언에서 병립형 회귀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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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