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을 자격 없지"…직원 월급 뺏은 한의사 집행유예

노원구서 한의원 운영 중 여직원에게 협박
업무 미숙 이유로 월급 188만원 반환케 해
"너 오늘 제대로 한 게 뭐가 있어" 등 발언
피해자 폭행해 징역 6개월 실형 선고받아
법원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갑질'의 전형"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직원을 질책하면서 월급을 반환하라고 강요한 30대 한의사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신상렬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공갈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37·여)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노원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중 지난 2022년 2월부터 3월까지 병원 여직원 B(23)씨에게 월급 일부를 반납하라고 강요해 총 188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업무 처리 미숙을 이유로 B씨에게 "너 오늘 제대로 한 게 뭐가 있어" "돈 받을 자격 없지" 등의 말을 했고, 월급 반납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거나 괴롭히는 등 위해를 가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겁을 먹은 B씨는 A씨에게 2022년 2월22일부터 같은 해 3월12일께까지 9차례에 걸쳐 총 188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씨는 업무 처리가 미숙하다며 B씨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제기돼, 지난해 8월 같은 법원에서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돼 형기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A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공갈 행위는 확정판결 사건의 폭행 행위와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고,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공소의 효력은 범죄사실 전부에 미친다'는 공소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부장판사는 "확정판결 사건의 주된 행위 태양은 '폭행'인 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행위 태양은 '협박'으로 그 방식이 서로 다르다. 또한 그 범행일시도 일부 상이해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이른바 '갑질'의 전형(典型)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라며 "A씨는 B씨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과 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위해 6000만원을 공탁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있어서도 피해액 전액을 공탁한 A씨에 대해 재차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다소 가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