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남편도 집유 4년 유지
부산에서 친모가 4살 딸을 학대·방치해 숨지게 한 일명 '가을이 사건'과 관련, 이들 모녀와 동거하며 학대를 방임한 동거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18일 오후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학대살해) 방조 및 성매매처벌법(성매매알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0대·여)씨에게 징역 20년과 추징금 1억2450여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A씨에게 8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아동복지법(상습아동유기·방임방조)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검찰과 B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형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A씨 부부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30년과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선고에 앞서 1심에서 일부 방조범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부분을 누락해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부부는 2022년 6~12월 피해 아동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아 심각한 영양결핍으로 몸이 쇠약해졌음을 알고도 아동의 친모인 C씨에게 식사 등 양육을 미룬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12월14일 피해 아동이 사망한 날 C씨의 폭행을 말리지 않았고, 피해 아동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학대·방임 사실이 외부에 밝혀질까 두려워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A씨 부부는 C씨의 폭행으로 피해 아동이 2022년 3월 부산대병원에서 사시 판정받고 수술 권유를 받았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2022년 12월 9일 오후 5시 7분께 물체의 명암만 구분할 수 있는 상태의 피해 아동을 2시간 동안 집에 혼자 두고 C 씨와 외식하고 오는 등 방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또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2400여 차례에 걸쳐 C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1억2000만원 상당을 챙기는 등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도 있다. C씨는 성매매로 월 800만~900만원을 벌었고, A씨 부부는 이 돈의 대부분을 외식·배달비 등 생활비로 쓰거나 자신들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C씨가 친딸을 폭행할 때 자리를 비켜줘 구체적으로 어떻게 혼냈는지 알지 못했고, 유기·방임이 C씨 딸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며 C씨의 친딸에 대해 자신이 보호자인지 여부 등을 다시 판단받고 싶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A씨 부부는 또 피해 아동을 두고 2시간 동안 유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피해자가 혼자 자고 있어 두고 돌아온 것일 뿐 유기·방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복지법에서 말하는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는 자'라는 표현은 아동과의 관계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보호·양육·교육 하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며 "피고인들과 C씨 모녀가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된 경위, 공동생활을 한 공간과 기간 등을 고려하면 A씨는 C씨와 별개로 피해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는 보호자로서 독자적인 책임을 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부검 감정서에서 알 수 있을 듯이 피해자는 심각한 영양 결핍과 다양한 시기에 걸쳐 수차례 가진 외력으로 인한 온몸의 상처 등이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러한 피해자를 주거지에서 2시간여 동안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홀로 내버려둔 채 외출한 행위 역시 방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진 다수의 폭행 흔적과 제대로 된 식사 등을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영양 결핍으로 인한 기아 상태는 A씨의 상습적인 유기 방임의 결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 당시 피해자의 모습은 심각한 영향 결핍 상태였고, 온몸에는 폭행 자국이 가득했다. 그러한 피해자의 모습을 A씨가 모르는 척했다는 점에서 부작위에 의한 범행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라며 "A씨는 보호자로서의 책무는 전혀 이행하지 않으면서 C씨에게는 집안일, 자신의 아이에 대한 양육뿐만 아니라 성매매까지 시키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모두 향유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느꼈을 육체적, 신체적 고통, 범행의 잔혹성, 결과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 A씨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다만 A씨가 초범이고 피해자를 계획적이고, 확정적 고의에 의해 살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부분은 양형에 참작한다"고 판시하며 결국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한편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는 징역 20년,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등을 선고했다.
C씨는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아 항소했지만,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C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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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