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 겁박" "1년 넘게 방치" 광주·전남 사법경찰 문제 사례는?

광주변호사회 사상 첫 사법경찰관 653명 평가 발표
감사 인사 종용, 반말·욕설 일관에 고소 취하 회유도
100점 만점에 평균 76.57점…법관·검사 대비 낮은 편

#1 수사관이 피의자 가족을 불러 "원래 구속감인데 잘 봐주고 있다. 피의자 변호사나 가족은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2 조사 도중 일어서서 피의자에게 소리치고 시종일관 반말·욕설을 섞는다. 변호인이 입회해 피의자가 정당하게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수사 불이익을 줄 것처럼 겁박했다.



#3 담당 수사관이 고소장에 적힌 혐의로만 수사해 별다른 고민 없이 최종 불송치를 결정했다. 처벌 가능한 다른 혐의로 고소장을 냈더니 "같은 재료로 똑같은 요리사가 요리하는데 다른 요리가 나올 수 있겠니?"라고 했다. 결국 피고소인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4 고소인에게 고소 사실 중 일부 취하하라고 회유하거나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5 당초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한 사건에 대해 검사는 보완 수사를 요구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1년 8개월 넘도록 방치하고 있다. 고소장 접수한 지 1년이 지나도록 피의자 신문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23년 한 해동안 변호사들이 법률대리인으로 일하며 겪은 광주·전남 사법경찰관들의 문제 사례 중 일부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18일 소속 회원 변호사 144명이 광주·전남 사법경찰관 653명에 대해 작성한 평가표(총 1038건)를 바탕으로 2023년도 사법경찰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항목은 ▲청렴·공정 ▲친절·적법 절차 준수 ▲직무능력(신속성·수사권 행사의 설득력과 융통성) 등이었으며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평가 대상 사법경찰관(653명)의 평균 점수는 76.57점이었다. 광주변호사회 주관 2023년 법관 평가 평균 점수였던 83.64점에 비해 7점 가량 낮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일괄 평가하는 전국 검사평가(2022년 기준) 결과에서 수사 검사가 81.15점, 공판 검사는 85.35점을 받았던 점을 감안해도 낮은 점수다.

이에 대해 변호사회는 "선방한 것 같지만 약간 아쉬운 점도 남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가에서는 고압적 말투와 태도를 일삼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수사 진행이 늦은 사법경찰관들도 확인됐다.

특히 개인 평가 점수가 최하위권인 사법경찰관 3~4명은 각기 50점 이하로 집계됐다. 다만 변호사회는 평가 객관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등 이유를 들어 하위 사법경찰관은 따로 선정하지 않았다.


반면 모든 평가 항목에서 고르게 호평을 받은 경찰관 3명은 실명 공개됐다. 광주청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 남건중 수사관, 광주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홍길성 수사관, 광주 북부서 경제5팀 황치연 수사관 등이다.

객관적 교차 검증이 가능했던 경찰관(30명) 중 가장 우수했던 이들 3명의 평균 점수는 92.6점이었다.

우수경찰관들은 대체로 신속·공정하게 수사하고 사건 관계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했다는 평가다. 사건 관계인 모두 수사권 행사에 납득할 수 있도록 적법 절차를 준수하면서도 수사 진행도 공정하다는 평도 많았다.

관서 별로는 광주에선 동부경찰서가 84.24점으로 가장 높았다. 광주경찰청과 5개 일선서를 통틀어 유일하게 80점을 넘겼다. 전남에서는 무안경찰서가 95.08점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검·경 수사권 분리를 계기로 역할이 더욱 중대해진 사법경찰관들의 공정성과 적법 절차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해 발표한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변호사회로서는 최초다. 올해 처음 시행된 사법경찰평가에서 우수 사법경찰관에게는 증서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일선에서 고생하는 사법경찰관들의 모범적 사례를 적극 홍보해 국민 눈높이에서 수사 첫 단계부터 공정하고 친절하게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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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목포 / 이덕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