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고 장환봉 씨 국가유공자 등록 항소심서도 무산

'국가유공자 등록거부 처분 취소' 소송 원고 패소판결

여순사건 당시 내란죄로 몰려 처형된 고 장환봉 씨의 국가유공자 등록이 무산됐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행정부(부장판사 백강진)는 31일 장 씨의 유족들이 전북동부보훈지청을 상대로 제기한 '고 장환봉 씨 국가유공자 등록거부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장 씨는 1948년 철도기관사로 근무하 던 중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의 반란 사건에 휘말렸다. 당시 유혈진압에 나선 정부는 장 씨를 반란군에 동조·합세했다고 오인해 체포된 뒤 내란죄와 국권문란죄로 군법회의에 회부돼 1948년 11월 14일 사형에 처해졌다.

지난 2020년 1월 장 씨는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억울하게 처형된 지 72년만이다.

이후 장 씨의 딸은 국가보훈부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자료가 미비하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이 거부됐다.

장 씨의 딸은 "진압군이 반란군을 제압하기 위한 대규모 토벌전투를 벌이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에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철도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반란군에 협력했다는 오인을 받아 사형됐다"면서 "장 씨는 구 국가유공자법에 해당하는 순직공무원에 해당돼 국가보훈부의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는 위법하다"고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장 씨는 사건 당시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했지만 기관사업무가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라거나 그에 준하는 직무로 볼 수 없는 점, 정부의 반란군 진압작전이 개시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당시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점, 장 씨가 기관사로서 열차를 운행하던 과정에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 내란죄와 국권문란죄로 군법회의에 회부돼 사형에 처하는 판결집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점에 비춰볼 때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공무원인 망인이 전시에 준하는 혼란의 시기에도 의연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공무의 수행에 나섰다가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말미암아 사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젊은 나이의 가장을 잃은 유족들이 7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왔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면서도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망인에 대한 국가유공자 인정 요건이나 그 증명책임을 특별히 완화하거나 다른 기준에 따라 적용할 수는 없다. 적합한 특별 보상 절차를 비롯한 피해회복 절차와 기타 법적 구제 외의 피해회복조치 등을 통해 통합적으로 망인과 유족의 신원을 도모함이 마땅하며, 기존의 개별적 법적 구제 절차의 유추 내지 확대 적용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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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