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병원 의사·간호조무사 6명, 2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환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서 잘못도, 책임도 없다는 사고 방식은 매우 잘못됐다."
재판부는 의료 보조인력에게 대신 수술을 맡긴 광주 모 척추 전문병원 의사 3명과 범행에 가담한 간호조무사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이같이 일갈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평호 부장판사)는 1일 301호 법정에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과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받은 척추전문병원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의사인 A(62)씨와 B(53)씨와 간호조무사 C(52)씨는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 원의 형에 처해졌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D(57)씨와 간호조무사 E(44)·F(43)씨 역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원심이 유지됐다.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의료 보조 인력이 피부봉합 수술에 참여하는 이른바 '대리 수술'을 13차례 하거나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사 3명은 의료인이 수술한 것처럼 속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 급여를 부당 수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들은 1심에 이어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봉합 수술만 했다. 간호 또는 진료 보조 업무로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양형이 더 무거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이 아닌 의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위헌 법률 심판도 제청했지만 재판장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장은 이날 선고에서 "우리 법 체계에서는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인이 아주 기계적이고 명확하며 위험성 없는 행위 외에는 진료 보조 행위를 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피고인들은 피부 봉합 행위가 큰 문제가 없다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의사들의 연봉이 상당히 높다고 알고 있는데 이유가 뭐겠느냐. 의술의 중요성, 생명에 대한 가치, 의사에 대한 존중이다. 이 같은 배려가 환자들에게 돌아 가게끔 노력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환자들이 싫어하고 국민들이 의심하고 괴로워하며 잘못됐다고 하면 개선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큰일이냐,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돈 돌려줬다'고 하면 모든 책임이 끝나느냐. 기본을 지키려 노력하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느냐"라고 일침했다.
A씨 등 의사 3명은 보건범죄특별조치법 위반에 따른 금고형 이상의 형이 이대로 확정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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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